남양주시 수동면 축령산 자락에 자리잡은 수동연세요양병원.
4기 말기암환자들을 위해 호스피스를 특화한 게 다른 요양병원과 다른 점이다. 전체 287병상 가운데 무려 140~150병상이 호스피스병동이다.
염안섭(36) 원장은 "말기암환자들이 모르핀주사나 맞고 임종을 기다리는 게 호스피스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수동연세요양병원의 지향점은 '쉼과 회복'. 병원을 한바퀴 둘러보면 이게 단순한 홍보 문구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기자가 오후 3시경 병실 복도를 지나가보니 환자들의 웃음소리가 여기 저기에서 들려왔다. 병실에 누워있는 환자도 거의 없다.
일부는 전액 무료인 물소뿔을 이용한 일종의 경락 마사지 '꽈샤요법'이나 재활치료, 특수온열치료, 왕뜸 등을 치료를 받고 있었고, 또 일부는 병원 뒤 축령산을 등산하거나 산책을 즐겼다.
병원 앞마당 팔각정에서 조용히 독서를 즐기는 환자들도 눈에 들어온다. 병원 옆 널찍한 텃밭에는 환자들이 직접 고추, 파, 고구마, 콩 등을 키우고 있었다.
염 원장과 병원을 둘러보던 중 만난 말기 폐암환자는 숨이 찬지 잠시 나무에 몸을 기대고 있었지만 편안해 보였다. 다른 환자는 산책을 나갔다 돌아오면서 염 원장과 마주치자 밝게 웃으며 인사했다.
"원장님. 진짜 말기암환자들인가요?"라고 묻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너무 많았다.
매일 3차례 예배를 보고, 정서적 안정을 위해 웃음치료, 레크레이션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끊임없이 육체를 움직이도록 전인치료를 꾸준히 한 결과라고 한다. 병원 직원들의 얼굴에서도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염 원장이 호스피스를 특화한 건 우연이 아니다.
그는 연세의대를 졸업한 후 세브란스병원에서 가정의학을 전공했다. 호스피스 완화의료를 전문적으로 배우기 위해 가정의학과를 선택했다고 한다.
또 영국 웨일즈대 석박사, 하버드의대 완화의료 연구과정을 수료하고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펠로우 시절에는 호스피스 클리닉을 전담했다.
영성적 치유를 위해 감리교신학대학원에서 신학을 전공한 목사이기도 하다.
염 원장은 펠로우를 마치자 마자 말기암환자들이 편하게 쉴 수 있는 치유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수동연세요양병원을 개원했다.
그는 "사실 수술, 항암, 방사선 치료가 끝난 말기암환자들은 대학병원도 받아주지 않을 정도로 갈 곳이 없다"면서 "그런 환자들을 섬기기 위해 호스피스를 특화했다"고 밝혔다.
염 원장이 이런 신념으로 병원을 개원하자 세브란스병원장을 역임한 김성규 전 교수도 지금까지 근무하고 있다. 윤방부 현 가천대 부총장도 연세의대 정년퇴임후 수동연세요양병원에서 상근한 바 있다.
염안섭 원장은 "환자들에게 암세포가 있고 없고는 중요하지 않다"면서 "이들이 영적으로,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자신을 찾아가는 공간을 제공하고, 치유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게 의사와 직원들이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