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가 의료기관을 현지조사하는 과정에서 관행적으로 '전산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하다가 법원으로부터 제동이 걸렸다.
서울행정법원은 최근 복지부가 Y원장에서 1년 업무정지처분을 내린 것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Y원장은 지난해 현지조사를 받으면서 복지부가 전산자료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하자 거부했다. 전산기록장치에 저장 보관중인 전산자료의 경우 법적으로 제출할 의무가 없어 응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Y원장은 관계서류 제출 의무 위반으로 요양기관, 의료급여기관 업무정지 1년 처분을 각각 받았고,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청구하기에 이르렀다.
이 사건에 대해 서울행정법원은 복지부가 법에서 명시한 관계서류 외에 전산자료까지 요구하는 것은 위법하다며 업무정지처분을 모두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건강보험법, 의료급여법 상 의료기관이 제출해야 할 '관계서류'란 서면으로 작성한 것일 뿐 전산기록장치로 저장 보관중인 전산자료는 서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의료법상 의료기관은 원칙적으로 서류의 형태로 진료기록부 등을 작성보관해야 하며, 예외적으로 전자서명이 기재된 전자문서 형태도 허용하고 있다.
재판부는 "전자서명이 기재되지 않은 전산기록의 작성 보관 의무를 부과하지 않고 있다"고 못 박았다.
건강보험법, 의료급여법상 의료기관이 제출해야 할 관계서류에 전산자료가 포함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위반했다고 해서 업무정지처분을 내리는 것은 위법하다는 것이다.
특히 재판부는 복지부가 관계서류 제출 위반 처분 근거로 삼고 있는 건강보험법 시행령, 의료급여법 시행령 관련 규정이 모법의 위임범위를 일탈해 무효라고 판단했다.
건강보험법, 의료급여법상 관계서류 대상에 전산기록이 포함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하위법령에서 전산기록을 제출하지 않을 때에도 업무정지 1년 처분을 내리도록 규정한 것은 모법의 위임범위를 벗어났다는 것이다.
이번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은 앞으로 상당한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지금까지 복지부는 현지조사를 하면서 관행적으로 전산자료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해 왔고, 이에 응하지 않으면 업무정지처분을 내려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바꿔 말하면 전산자료를 확보하지 않으면 부당청구 여부를 판단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는 이유로 법을 준수해야 할 복지부가 불법행위를 해 온 셈이다. 따라서 복지부는 이번 판결을 현지조사 과정의 위법 행위를 바로잡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