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A한방병원은 의사 모시기에 분주하다. 검진센터를 운영하려면 영상의학과 전문의 채용이 필수적이지만 막상 의사 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간혹 의사 채용에 성공하지만 이직률이 높아 늘 구인난을 겪고 있다.
지난 8월, 복지부가 한방병원 및 치과병원도 일반 병원처럼 건강검진기관 신청 자격을 부여했지만 의사 채용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건강검진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검진기관 자격이 생긴 한방병원은 검진시장에 뛰어들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보였지만, 의사를 구하기 힘들어지면서 검진센터를 겨우 유지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A한방병원은 얼마 전 채용한 의사가 갑자기 이직을 하면서 검진센터 운영에 차질을 빚었다.
A한방병원 관계자는 "일반 병원보다 월급을 10%높게 주겠다고 했지만 의사들의 마음을 움직이긴 만만치 않은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왜 이와 같은 현상이 나타났을까.
의사들은 "연봉을 더 준다고 해도 한방병원에 취업하는 것 자체를 정체성의 문제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방과는 진료영역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한방 진료에서 보조적인 수단으로 의사를 채용하는 것 또한 개운치 않다는 게 의사들의 솔직한 심경이다.
또한 한방 시장 자체가 침체하면서 장기적으로 볼 때 한방병원 경력이 도움이 안된다는 것도 의사들이 한방병원을 기피하는 요인.
즉, 의료계에 깊게 박힌 한방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한의원 및 한방병원의 불황이 의사들의 유입을 막고 있는 셈이다.
반면 요양병원 및 재활병원의 한의사 채용은 수월하다. 이들 의료기관에는 취업을 원하는 한의사가 늘어나면서 한방병원과는 달리 취업 경쟁이 있을 정도다.
실제로 일부 요양병원 및 재활병원은 한의사를 채용, 한방물리치료를 시작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서대문구 B한의원 이모 한의사는 "의사들은 한방병원에 채용되는 것 소위 한의사 밑에서 일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한 것 같다"면서 "그에 비해 한의사들은 일반 병원에서 일하는 부분에 대해 거리낌이 없다"고 전했다.
경기도 모 요양병원장은 "한의사를 채용해 양한방협진을 표방, 환자들에게 다양한 진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면서 "최근들어 한의사 연봉이 낮아지고 있어서 채용에 어려움이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