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작년 12월 말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였다. 개정된 내용 중에서 특히 의료계의 관심을 끄는 부분은 성범죄자 취업제한 대상에 의료인이 포함되었다는 점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성범죄로 인하여 형 또는 치료감호를 선고받아 확정된 의료인은 그 형이나 치료감호의 집행을 종료하거나 집행이 유예·면제된 날부터 10년 동안 의료기관에 취업할 수 없게 된다.
보건복지부 장관은 성범죄로 유죄판결이 확정된 자가 의료기관에 취업하였는지를 점검·확인할 수 있고(제45조), 확인 결과 성범죄 전과자가 의료기관에 근무하고 있는 것이 확인되면 그 의료기관의 장에게 해당 의료인의 해임을 요구할 수 있다(제46조 제1항).
의료기관의 장이 그 요구를 받은 날로부터 1개월 이내에 정당한 사유 없이 해당 의료인을 해임하지 아니한 경우에 의료기관을 폐쇄시킬 수 있다(제46조 제3항).
성범죄 전과를 갖고 있는 의료인의 면허가 사실상 10년 동안 취소되는 결과가 되기 때문에 해당 범죄를 저지른 의료인에게는 파산선고나 다를 바 없다. 아동이나 청소년에 대한 성범죄자에 대해서 엄한 처벌과 사회 격리가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 동감하면서도, 몇 가지 문제점에 대해서는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위 개정안에서는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뿐만 아니라 성인 대상 성범죄를 포함시키고 있는데, '성인대상 성범죄'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정의하고 있지 않아서, 그 범위가 너무 넓어질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성인 대상 성범죄의 범위를 법률에서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둘째, 여타 다른 전문직종과 달리 의료인에게만 위와 같은 취업 제한을 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의료 현장에서 은밀한 성폭력 범죄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 대해서는 인정한다.
그러나 각종 검사나 진찰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성추행 관련 시비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특수성이 아울러 존재한다. 특히, 의료 현장에서는 의료사고나 진료비 등으로 인한 다툼이 많이 발생하고 있는데, 성범죄를 빌미로 의료인들이 협박이나 부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세 번째, 의료인에 대한 처벌의 정도가 비례의 원칙에 부합되는지 여부이다. 2000년 이전의 의료법에서는 모든 범죄자에 대해서 자격정지 처분을 부과할 수 있었으나, 2000년 1월 의료법 개정 이후 의료법이나 의료 관련 법령 위반으로 처벌을 받은 경우에만 자격정지처분을 받을 수 있게 결격 사유가 완화되었다.
그리고, 면허 정지는 1년 이내에서만 가능하며, 면허 취소를 받더라도 2년 또는 3년이 지나면 면허 재발급이 가능하다.
그런데, 이번 개정안에 따르면 10년 동안 의료기관 취업이 금지되므로, 의료법상의 면허 취소보다도 훨씬 더 가혹하다. 개인적으로는 성범죄자에 대한 취업 제한은 기존 의료법을 개정하는 방법으로도 그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참고로, 현행 의료법 하에서도 성범죄 의료인은 ‘품위 손상 행위’로 면허정지 처분을 받을 수 있으며, 면허정지 기간이 낮다면 기간을 상향 조정할 수도 있다.
네 번째는 모든 의료기관에의 취업을 막는 게 정당하냐 하는 점이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의 제정 목적은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자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아동·청소년을 성범죄로부터 보호하는데 있다.
그렇다면, 취업 제한의 의료인을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자’로 한정하고, 취업 제한 대상 의료기관도 아동이나 청소년에 대한 성범죄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의료기관으로 한정할 필요가 있다.
다른 취업 제한 기관을 보면, 유치원, 학원, 학교, 아동보호시설, 청소년쉼터 등 아동이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시설로 한정하고 있다는 점에 비춰볼 때에도 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