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질환관리제에 대해 의료계 새집행부가 전면 거부 입장을 공식화했다. 의협 노환규 당선자와 새로 선출된 16개 시도의사회장들은 8일 오전 긴급 연석회의를 가졌다. 이날 회의는 의협회장 당선자와 시도의사회 신임 회장들과의 첫 공식 일정이라는 점에서 만성질환관리제에 대해 어떻게 입장을 정리할지 관심이 집중됐었다.
예상대로 의료계 새 수장들은 만성질환관리제를 전면 거부하기로 결론 내렸다. 여전히 환자의 선택과 의원의 등록절차가 잔존하고, 환자의 개인정보 누출 위험, 보건소의 개입 여지, 의료기관에 대한 통제 요소 등이 있다는 게 주된 거부 이유다.
만성질환관리제는 이미 4월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상태다. 이 제도를 신청한 고혈압과 당뇨병 재진환자는 본인부담금이 30%에서 20%로 경감된다. 의사에게 만성질환을 지속적으로 관리받겠다는 의사를 표명하면 바로 적용 받는다. 의원은 이를 진료기록부에 기록해야 하고, 7월부터 평가를 통해 인센티브가 주어진다.
그러나 현행 만성질환관리제는 여러가지 한계가 있다. 우선 환자가 의원에 만성질환 관리를 받겠다는 의사만 표시하면 본인부담금이 경감되지만 진료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태다. 단순히 진료비 할인제도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복지부는 일차의료 활성화 차원에서 선택의원제를 시행할 예정이었지만 의료계가 반발하자 만성질환관리제로 틀을 바꿨다. 만성질환관리제를 시행한다고 해서 일차의료가 활성화될지 의문이다. 무엇보다 우리나라는 일차의료에 대한 개념조차 정립되지 않은 상태다. 일부 특정과에만 혜택이 돌아가는 이런 방식으로는 일차의료 활성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건강보험 재원만 낭비하고, 과간 반목만 조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의료계와 함께 일차의료에 대한 밑그림부터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제도의 특성을 놓고 볼 때 의료계 새 수장들이 만성질환관리제를 전면거부한다고 해서 실제 효과가 있을지도 의문이다. 당장 만성질환관리를 받겠다는 환자의 뜻을 물리칠 개원의들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만약 개원의들이 만성질환관리를 하지 않겠다고 한다면 여론의 지탄을 받을 수도 있다.
따라서 정부와 의료계는 이런 점을 고려해 일차의료의 틀을 새로 짜는 것부터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