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회장 간선제 선거는 결국 대의원들의 몽니에 불과했나? 대의원들은 3년만에 다시 직선제 선거방식을 도입하는 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29일 정기대의원총회를 열어 현재의 '간선제' 형태의 의협회장 선거 방식을 '직선제'로 전환하는 안을 통과시켰다.
163명이 참여해 109명(66.9%)이 찬성한 결과였다. 1명만 반대나 기권을 했다면 다른 결과가 도출될 상황이었다.
그러나 지난 2009년 정총에서 162명 중 128명(79%)이 간선제 전환을 지지해 관철시켰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수 대의원들의 입장이 180도 달라졌다.
'간선제' 전환으로 인한 3년간의 지리한 소송은 '헛심'만 쓴 셈이 됐다.
이날 직선제 회귀가 결정된 데에는 너무나 복잡했던 간선제 선거제도의 불편함이 큰 이유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선거인단을 뽑고 다시 회장을 선출하는 과정, 기표소 투표를 위해 전국의 선거인단이 한 자리에 모여야 하는 선거방식에 대해 대의원들도 피로감을 느꼈다.
의협 집행부는 대의원회의 요청에 따라 선거인단 선거를 없애는 무작위 추첨방식을 도입하고, 우체국 택배를 이용한 투표방식을 도입하는 안을 이날 총회에서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또 하나의 이유는 노환규 전의총 전 대표의 의협 회장 당선으로 변화와 개혁을 원하는 민초의사들의 열망이 극명하게 표출된 상황에서 대의원들이 더이상 간선제만을 고집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한 대의원은 "지난 3년간 직선제 전환 안건이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압도적 지지로 노환규 당선자가 등장함에 따라 대의원들도 더 이상 간선제만을 고집할 수 없는 상황에 몰렸을 것"이라고 환기시켰다.
그는 "이번 간선제 선거방식은 노 당선자만을 남기고 사실상 폐기됐다"고 말했다.
경만호-노환규 집행부 희비 엇갈려
한편 이번 총회에서는 퇴장하는 경만호 집행부와 등장하는 노환규 집행부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의협 대의원회는 차기 중앙윤리위원회 구성 권한을 차기 집행부에 일임하기로 결정했다.
회원 출신과 비회원 출신 윤리위원을 각각 7명, 4명 선임해야 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시행됨에 따라 기존의 의사출신 위원 10명으로 구성된 안이 폐기된데 따른 것이다.
특히 '2년간 회원 권리 정지' 징계를 받은 노 당선자로서는 부담을 덜게 됐다는 평가다. 물론 징계 대상자가 징계를 하는 이를 선출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은 있다.
반면 경만호 집행부는 2011년 예·결산에 대해 재감사를 받게 됐다.
집행부 시절 회무·회계 전반을 전수감사하자는 경기도의사회의 '협회 경영정상화와 회무 효율제고를 위한 특별위원회 구성안'이 부결된 것이 그나마 다행인 상황이다.
경만호 회장을 명예회장으로 추대하는 안도 정족수 미달로 '자동폐기'되면서, 36대 집행부는 쓸쓸한 퇴장을 맛봐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