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암 등 희귀질환의 허가초과 의약품 사용 기준을 현실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강형진 교수(소아혈액종양)는 최근 발간된 '서울대병원 대외정책실 뉴스레터 5월호' 정책기고를 통해 "환자의 생존권 보장을 위해서는 허가초과 의약품 제도의 사각지대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허가초과 의약품은 전향적 임상연구 등을 거치지 않아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약제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의학적으로 필요하고 근거가 있으면 심사평가원의 가이드라인에 의해 사용을 허가해주고 있다.
문제는 심평원의 가이드라인이 의료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현재 허가초과 의약품 중 일반의약품은 범주 2 이상, 희귀난치성질환은 범주 4 등의 근거가 있으면 사용이 가능하다.
특히 항암제는 의학적 근거로 SCI 논문의 IF(인용지수)가 3년 평균 3.0 이상일 경우 사용을 허용하고 있다.
이는 급여목록에 포함되지 않은 의약품은 심평원이 정한 허가초과 의약품 사용기준에 준하지 않으면 처방시 삭감되거나, 환자 본인 부담시 환수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강형진 교수는 소아 질환의 특성을 감안하지 않은 허가초과 의약품 사용기준을 지적했다.
강 교수는 "소아암 관련 논문 중 가장 높은 것이 국제소아암학회 저널(PBC)로 IF가 1.948이다"면서 "이는 질환의 유병률이 낮아 논문을 인용하는 사람이 적어 중요한 논문이라도 인용지수가 낮을 수밖에 없다"고 환기시켰다.
강형진 교수는 "이 때문에 소아 중증환자들은 생존권 확보를 위한 적절한 의약품 사용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서울대병원에서 최근 중증 소아환자를 위한 EBV 감염 억제제인 '리툭시맙' 허가초과 의약품 사례를 들었다.
강 교수는 "리툭시맙이 항암제로 분류되어 있어 IF가 높은 논문을 제시했으나, 암이 아니어서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회신을 받았다"면서 "일반약제 신청에서도 희귀질환이 아니기 때문에 범주 1, 2 근거가 필요하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현실과의 괴리를 지적했다.
강형진 교수는 "조혈모세포 이식 후 심각한 EBV 감염은 빈도가 희귀질환 보다 낮은 희귀 합병증이로 이같은 근거를 얻는 것은 어렵다"면서 "치료를 하고자 해도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환자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따라서 "소아암 등 빈도가 낮은 소아질환에서 허가범주를 희귀질환에 준해 낮추고 IF 기준도 하향조정하는 등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전하고 "신약 개발시 소아환자를 포함시키면 경제적 이익을 주는 제도적 장치도 병행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나섰다.
강형진 교수는 끝으로 "허가초과 의약품에 대한 합리적인 방안 모색을 위해 복지부와 식약청, 보의연, 심평원, 공단 및 의료진, 환우회 등으로 구성된 위원회를 구성해 보다 실질적인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