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향하던 젊은 의사들의 분노가 병원협회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졌다.
결의대회를 통해 복지부를 압박하려던 노환규 의협 회장과 수백명의 전공의들이 사실상 전공의 당직 문제 해결의 주축이 됐던 병협을 향해 집중 포화를 쏘아댄 것이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전공의협의회는 28일 오후 의협 동아홀에서 '전공의 현재와 미래를 위한 전공의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전국에서 모인 300여명의 전공의들과 노환규 회장은 보건의료 현안과 대안들을 토론하며 다양한 의견들을 논의했다.
이 자리는 당초 응급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행사였다.
하지만 결의대회 하루 전인 27일 오후 복지부가 레지던트 3년차 이상 당직근무에 대한 조항을 삭제하기로 결정하면서 결의대회는 동력을 잃는 듯 했다.
그러나 한번 일어났던 불꽃은 쉬이 꺼지지 않았다. 해가 질 무렵 모여들던 전공의들은 어느새 200석에 달하는 좌석을 모두 채우며 세를 과시했다.
응급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과 복지부를 향했던 총구는 병원협회를 향했다.
응급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에 반대해 파업까지 각오했던 전공의들은 그 동력으로 병협을 압박하고 나섰고, 노환규 회장도 병협에 맹공을 퍼부으며 함께 했다.
사실상 응급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 저지에 가장 큰 역할을 했던 병협의 공은 사라진채 '악의 축'이 되는 순간이었다.
노환규 회장은 "병원은 여러분들을 노동자로 생각할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며 "의사 수를 늘리자는 복지부의 주장을 병협만 반기고 있는 내면을 생각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무의촌 등에 대한 의료 지원은 현재 공보의로도 충분하다"며 "병협이 이를 찬성하는 것은 민간병원에 보낼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비난했다.
28일 병원협회는 상임이사회에서 의사 인력 확충안에 반대하기로 입장을 정리했지만 이 자리에서는 'fact'는 큰 의미가 없었다.
이에 따라 노 회장은 전공의들이 힘을 합쳐 이에 맞서 달라고 주문했다.
노 회장은 "병원협회의 주인은 교수와 전공의가 되야 하지만 지금은 병원 경영자 협의회로 변질됐다"며 "병협 회장 선거에 의사가 아닌 사람들이 개입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들, 즉 의사가 아닌 사람들이 포괄수가제도 찬성하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공의들도 이에 힘을 보태며 병협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였다.
대전협 김태영 총무이사는 "병원 경영인들의 단체인 병협이 전공의 수련 평가 업무를 맡고 있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 얘기"라며 "감시 받아야할 병협이 이를 관리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벌써 수년전 휴가 14일 보장 등을 합의했지만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병협과 함께 해서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고 성토하고 나섰다.
A전공의도 "오늘 보니 우리가 한목소리를 내면 분명한 힘이 있다"며 "병협과 교수들에 대항하는 장치를 마련하자"고 의견을 보탰다.
이러한 분노는 결국 전공의 노조를 필두로 하는 의사 노조 창립이라는 결론으로 이어졌다.
노환규 회장이 노조 창립을 건의하자 전공의들은 거의 만장 일치로 화답했고 결국 내달 14일로 예정된 대전협 임시 대의원 총회에서 이같은 안건을 논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노환규 회장은 "7월 14일 발기인대회를 열고 우리가 가야할 길을 논의해보자"며 "노조는 반드시 필요하니 전공의협의회, 현재 조직된 전공의 노조와의 방향을 생각해 보자"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