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이 정몽준 의원의 중재로 포괄수가제 잠정 수용과 수술 연기 철회를 결정하자, 의료계 반응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인천의 한 개원의는 29일 "대통령, 복지부 장관, 여당 대표도 아닌 일개 의원과의 약속 하나만 믿고 어떻게 포괄수가제 수용과 수술 연기 철회를 결정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고 격렬한 감정을 토해냈다.
그는 "의약분업때 당시 김재정 회장이 대통령을 만나 약속을 받았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면서 "의협은 포괄수가제 투쟁 동력을 일시에 꺼버린 실기를 했다"고 주장했다.
서울의대 권용진 교수는 페이스북에 "의협은 양치기 소년에 90%쯤 다가갔다. 오늘 박근혜나 안철수 쯤 왔다면 모를까. 정몽준 의원이 아니라 누구도 건정심 구조를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번 결정이 당혹스럽다는 반응은 적지 않았다. 경남의 한 원로의사는 "정 의원과 어느 정도 까지 깊은 유대가 생성됐길래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 모르겠다"면서 "명분과 실리를 잃은 결정이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정 의원이 건정심 구조 개편 법안을 제출한다고 해도 통과될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건정심 구조 개편 법안은 18대 국회에서도 발의된 바 바 있지만,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정치적 의미로 해석하는 견해도 있었다.
의협 임원을 지냈던 한 인사는 "의협이 사방이 꽉 막힌 상황에서 어떤 식으로든 돌파구가 필요했을 것"이라면서 "의협의 이해와 정 의원의 이해가 맞아 떨어진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현 의협의 입장을 존중하고 지켜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경기도의 한 개원의는 "의협이 협상을 통해 정치적 우군을 얻어낸 것은 대단한 성과"라면서 "포괄수가제 투쟁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방식으로 확전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 회장도 "실망하지 말아달라. 더 큰 전진을 위한 두 걸음의 도약"이라고 문자메시지를 회원들에게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번 결정으로 안과의사회는 상당히 당혹스러운 입장에 서게 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임시총회를 거쳐 결정한 수술 연기 결정을 집행부가 의협의 입장에 따라 임의로 뒤집었기 때문이다.
안과의사회 관계자는 "이번 결정으로 안과는 사실 얻은 게 없다. 회원들을 설득하는데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면서 "역풍이 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수술 연기 결정에 신중한 태도를 견지했던 경기도의사회는 이번 결정과 관련해 "의사협회의 신중한 결정에 대해 충분히 공감하며 지지한다"고 밝혔다.
조 회장은 "이번 의협과 정치권의 결정을 계기로 의사들의 전문적인 의견이 보건의료 정책에 적극 반영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