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병원계 최대 이슈는 누가 뭐래도 '응급의료법'이다.
의료정책에 관심이 없던 대학병원 교수들도 이번만큼은 귀를 쫑긋 세우고 법 시행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얼마 전 병원협회가 주최한 '응급실 비상진료체계 설명회'에서 만난 한 의료진은 "설마 했는데 정말로 시행될 줄은 몰랐다"면서 "어떻게 논의가 시작된 지 1~2년 만에 응급의료체계를 바꾸는 법안이 통과될 수 있느냐"고 토로했다.
그러고 보면 응급의료법 개정안은 다소 급하게 진행된 측면이 없지 않다.
경북대병원 장중첩증 여아 사망사고가 응급의료법 개정에 시발점이 됐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
사건이 발생한 시점은 지난 2010년 11월로 정부가 응급의료체계에 대해 논의를 시작한 지 불과 2년이 채 되기도 전에 개정안을 도출, 시행까지 일사천리로 마무리지은 것만 봐도 그렇다.
응급환자를 한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한 법이니 하루라도 시급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데에는 공감하지만, 보건의료계 의견도 제대로 수렴하지 않는 법안이 만들어진 점에 대해서는 좀처럼 수긍이 가지 않는 부분이다.
물론 모든 법안이 전폭적인 지지를 받기는 힘든 일이다. 하지만 응급의료체계를 맡고 있는 중소병원들은 응급실을 폐쇄할 태세이고, 대형병원 또한 "도저히 현실 불가능한 법"이라고 할 정도라면 다시 한번 진지한 검토가 필요하지 않을까.
얼마 전 열린 '응급실 비상진료체계 설명회'에 참석했던 의료진들은 복지부 관계자들로부터 속 시원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 일부 의료진은 행사장 문을 나서면서 "결국 편법으로 하라는 얘기네. 편법만 배우고 간다"면서 씁쓸해 했다.
응급실은 운영하면 할수록 적자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희생과 사명감만을 요구하는 응급의료법에 대해 의료기관들이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 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