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을 앞둔 젊은 의사들을 위한 선배들이 솔직한 경험담을 개진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대한가정의학회(이사장 김영식)는 23일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추계학술대회 전공의 개원 안내 세미나에서 '개원 1년차, 5년차, 10년차, 15년차' 맞짱토론 시간을 가졌다.
이날 조영경 원장(나눔가정의학과, 개원 5년차)은 "지방 공무원 의사로 생활하면서 감기환자만 보고 있는 내가 토태됐다는 느낌이 들었다"면서 "봉직의 경험 후 마음대로 운영하고 싶다는 생각에 개원을 결심하게 됐다"고 전했다.
강북삼성병원 교수에서 개원의로 변신한 이행 원장(우리가정의학과, 개원 5년차)은 "교수하면 잘 되겠지 하는데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면서 "중요한 것은 개원 장소다. 충분히 고민하고 선배들과 상의하는 것이 좋다"고 환기시켰다.
올해 개원한 박기성 원장(가온삼성가정의학과)은 "간호사와 결혼해 개원 문제의 50%를 해결했다"고 전하고 "아내가 비만관리실 등을 관리하다보니 직원 관리를 비롯해 경영도 상승작용이 있다, 간호사와 결혼하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고 말했다.
양동훈 원장(한사랑가정의학과, 개원 12년차)은 "의국 문제와 가정사로 인해 2000년 개원했다"면서 "지금은 규모의 경제를 이뤄야 하는 상황인 만큼 마음이 맞는 사람과 공동개원하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원 20년차인 김규회 원장(효그린요양병원)은 "경북 울진에서 시작해 경기 일산까지 3번 개원 장소를 옮겼다"며 "10년 이상 개원해 안정되다 보니 시간에 억매이는 것이 싫어 노인병원을 개원했다"고 밝혔다.
선배들의 진솔한 대화에 개원을 앞둔 후배 의사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한 전문의는 "가정의학과 명칭 표시와 질환 특화의 어려움이 없는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이에 박기성 원장은 "환자 상담시 다양한 진료가 가능하다는 점을 최대한 노출시킬 필요가 있다"면서 "감기환자를 시작으로 입소문이 나면 환자가 늘어난다"고 답했다.
양동훈 원장도 "특화는 정해진 게 없다. 남들이 못하는 것을 내가 한다고 생각해야 한다"며 "근처 통증의학과가 있으면 그 쪽에서 못하는 것을 찾아내 공부하고 진료하면 환자가 온다"고 조언했다.
조영경 원장은 "환자의 말을 많이 듣고,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 때로는 할머니 발톱도 깎아드린다"면서 "환자의 돈을 빼앗는 게 아니라, 노력한 대가를 금전적으로 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원장은 이어 "필수예방접종을 해야 선택예방접종 환자로 이어지고, 감기환자를 봐야 결국 비만과 피부관리로 갈 수 있다"면서 후배의사들의 조급함을 지적했다.
박기성 원장은 "제일 궁금한 것은 개원에 얼마나 들고, 현재 얼마를 벌고 있느냐일 것"이라면서 "48평 규모에 인력과 장비 등 3억원이 들었고, 월 2500만원이 매출이다. 순이익은 개인의 씀씀이에 달려있다"고 못 박았다.
박 원장은 이어 "순이익이 '0원'이라도 개인적으로 개원을 옹호한다"며 "전공의때 대학병원에서 느끼지 못한 자신과 가족 건강을 나에게 다 맡긴다는 보람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