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의 질을 높이기 위한 진료 적정성평가라면 얼마든지 받을 수 있고, 준비가 돼있다. 다만 제대로된 평가 지표가 필요하다."
서울대병원이 9일 '바람직한 병원평가 기준제시'를 주제로 개최한 병원의료정책 심포지움에 참석한 임상 의사들은 적정성 평가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평가지표에 대해서는 문제를 제기했다.
이날 심포지움에 참석한 상당수 서울대병원 교수들은 과거 적정성 평가를 실시하는 것 자체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던 것에서 상당히 변화된 모습을 보이며, 평가 지표 개발에 적극 참여할 의지가 있음을 내비쳤다.
서울의대 이진석 교수는 '의료의 질 향상을 기반으로 한 병원평가 기준의 발전방향 모색'이라는 주제의 발표에서 "현재 진료 적정성 평가는 누가 1등인지에 대해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심평원 측이 의도하지 않았다고 해도 현실이 그렇다면 과연 올바른 것인지 진단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 교수는 평가지표를 개발하는 초기 기획단계부터 의료 전문가 집단이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심평원은 평가지표 개발에 의사 출신 자문위원이 함께 참여하고 있다고 하지만, 솔직히 허수아비 역할에 불과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정부와 의료기관이 각각 권한과 책임을 공유하는 새로운 협력적 민-관 거버넌스 구축을 제안했다.
그는 "정부와 의료기관 중 어느 한쪽은 권한만, 한쪽은 책임만 맡는 식은 지속가능한 발전이 어렵고 의료기관 질 향상에도 한계가 있다"면서 "민-관 거버넌스를 구축해 권한과 책임을 공유하는 구조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서울대병원 이재영 QA센터장은 "지표개발에 임상의사가 참여해야 한다는 데 절대적으로 공감하지만, 지표에 대해서는 불만이 많다"면서 "진료 적정성평가만 할 게 아니라 지표의 적정성 평가도 필요하다"면서 지표의 신뢰성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
패널토론에 나선 서울아산병원 유빈 교수는 얼마 전부터 급성심근경색증(AMI)평가결과가 절대평가에서 상대평가로 변경됨에 따른 부작용에 대해 지적했다.
그는 "급성심근경색증에 대한 시스템을 잘 갖추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절대평가에서 2등급이었던 수치가 상대평가로 바뀌자 5등급으로 뚝 떨어졌다"라면서 "상대평가는 병원간 무한경쟁을 부추길 뿐"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급성심근경색증 이외에도 상대평가로 전환하는 것은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또한 서울대병원 이종구 대외정책실장은 "언제라도 평가지표 개발 등 평가시스템 마련에 적극 협조할 준비가 돼있다"고 전했고, 서울대병원 이정렬 기획조정실장 역시 "서울대병원이 심평원 등 정부와 평가지표 논의과정에서 함께 일할 기회를 주겠다고 이 자리에서 약속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심평원 이규덕 평가위원은 먼저 유빈 교수가 지적한 상대평가의 부작용과 관련해서는 급성심근경색증 이외에도 일부 항목에 대해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수년 전, 심평원이 처음 약제비평가 결과를 공개한다고 했을 때 의료계의 공적으로 몰리는 등 외로운 시간이 있었다"라면서 "오늘 심포지움에서 임상 의사들이 책임지고 나선 것은 굉장한 변화"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이어 "평가지표를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대로 된 평가 결과를 도출하려면 각 병원들이 정확한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면서 "자료제출에도 신경을 써줬으면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