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한의사는 스스로 지옥의 굴레를 뒤집어쓰려 하는가? |
2000년 정부의 의약분업 강행에 맞서 의사들은 비바람이 몰아치는 광장에 모여 모두 한 뜻으로 격렬한 의약분업 반대투쟁을 벌였다. 이는 의약분업 시행이 국민들의 불편함을 증가시키고 건강보험 재정을 파탄시킬 것임을 미리 간파했기 때문이다. 정부의 강압으로 의약분업은 시행되었지만 결국 의사들의 예상대로 건보재정이 파탄나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들은 병원에서 진료받고 약을 조제받기 위하여 약국을 찾아 헤메는 불편함을 감수했음에도 불구하고, 의약분업으로 인한 의료비 지출 급등으로 부담이 크게 상승하여 의약분업을 강행했던 대통령이 대국민사과를 네번이나 하였다. 하지만 의약분업 제도는 지속되고 있다. 이 제도로 인해 제일 혜택을 본 직역이 있다면 의약분업을 강력 찬성한 약사들이다. 이는 의약분업이 시행된 2000년도에 전체 요양급여비용 중 약국의 점유율이 9.2%에서 2011년도에는 26.2%로 급증한 것으로 잘 알 수 있다. 이와 반대로 의원급 의료기관은 2000년도에는 35.5%에서 2011년엔 21.6%로 곤두박질 치고 말았다. 이로 인해 현재 의원급 의료기관의 폐업율이 6%를 넘어섰으며 폐업까지는 아니더라도 고사상태에 놓인 의원들이 많은 실정이다. 지금 한의계는 지난 10월 25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이 보장성 확대계획의 일환으로 치료용 첩약을 급여화하기로 결정한 일로 인해 심한 내홍에 휩싸이고 있다. 대한한의사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현행법에서 한약을 조제해 판매할 수 있는 사람은 한의사와 한약사, 약사(한약조제 자격증을 딴 약사) 등인데도 3가지 직종 모두에게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사업은 한약사와 한약조제약사들의 진단권을 인정한 것이라며 이 사업의 즉각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한의사들의 대표 단체인 한의협은 "100 처방 조제를 하는 약사들은 진단이 아닌, 환자가 원하는 약을 판매하는 것"이므로 진단을 할 수 없는 약사가 판매하는 한약제제는 보험수가를 적용할 수 없다며 비대위의 입장을 반박하고 있다. 하지만 약사들과 한약사들은 이미 표정관리에 들어간 상태이다. 약사들은 첩약 급여화가 한약의 저변확대에 따라 약국의 한약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고, 특히 정부가 발표한 노인, 여성의 근골격계질환, 수종냉증 등의 경우 약국에서 조제가 가능한 100 처방 내에 해당되는 품목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이번 시범사업이 정부의 발표대로 시행된다면 한의학을 약사들에게 고스란히 갖다 바치는 꼴이 될 것이다. 또한 급여화를 통해서 안정된 수입이 보장되리라 생각할 지 모르지만, 급여화되는 과정에서 비급여로 받았던 관행수가보다 대단히 낮은 가격으로 책정되리라는 것은 의료수가 결정과정을 보면 쉽게 짐작을 할 수 있다. 첩약 급여화는 건보공단과 심평원의 수많은 진료간섭이 시작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각종 고시들이 남발될 것이고 결국엔 모든 것을 다른 직역에게 잃고 말 것이다. 아직도 늦지 않았다. 자신의 경제적인 이득을 지키고 약사로부터 자신의 직역을 보호하기 위해 한의학계는 한약첩약 급여화를 즉각 반대해야 한다. 의사들이 그동안 겪어온 일들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첩약 급여화가 되는 순간 한의학계의 몰락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저 안따까울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