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이 금주부터 본격적인 대정부 투쟁에 들어간다. 의협은 지난 15일 2차 의사 대표자 연석회의에서 대정부 투쟁 전권을 위임받았다. 이에 따라 16일 비상 상임이사회를 열어 노환규 회장을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임하는 등 대정부 투쟁을 위한 준비에 본격 착수했다.
이에 따라 의협은 조만간 보건복지부에 ▲수가결정구조 개선 및 수가협상 거부권 명시, 협상 결렬시 합리적 기준안 마련 ▲상시 의정협의체 및 의료제도 선진화를 위한 특별협의체 구성 ▲성분명처방 추진 중단 ▲총액계약제 추진 중단 ▲포괄수가제 개선 ▲전공의 법정 근무시간 제도화 ▲병원신임평가 기관 신설 또는 이관 등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대정부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한 실력행사도 병행한다. 우선 의협은 앞으로 2주간 주 40시간, 토요 휴무에 들어간다. 만약 대정부 협상에서 진척이 되지 않으면 투쟁 강도를 높여 주 1회 휴무를 추가하고, 최종적으로 파업까지 할 방침이다. 전공의협의회 역시 찬반투표에서 50% 이상 지지할 경우 의협과 보조를 맞춘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의협 집행부의 이같은 투쟁 로드맵에 대해 일선 민초의사들이 얼마나 따를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의협이 왜 투쟁을 하고, 투쟁 로드맵이 무엇인지조차 모르는 개원의가 태반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다 노환규 회장의 리더십에 대해 시도의사회장을 포함한 의료계 대표자 상당수가 불만을 드러내고 있어 자칫 의협 집행부와 노 회장 지지자만의 반쪽짜리 투쟁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진료실을 찾아오는 환자들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 전혀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우려스러운 바가 적지 않다. 역풍을 만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의협은 이번 싸움이 대정부 투쟁이라고 주장하지만 국민들의 동의와 지지가 없으면 절대 이길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단순히 의사들의 생존권이 아니라 국민들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한 투쟁이라는 대의명분을 제시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