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노환규)가 이해할 수 없는 행보를 하고 있다. 비대위는 6일 제4차 회의에서 향후 대정부 투쟁방향을 논의했다. 의협 노환규 회장은 지난 4일 임채민 복지부장관과 회동한 직후 전면 휴폐업을 짧게는 3주, 길게는 3개월간 잠정유보한 상태다.
의협 노환규 회장은 대회원 서신을 통해 "이번 대정부투쟁을 일시적, 단발성 투쟁이 아닌 올바른 의료제도가 정착될 때까지 보다 강력한 장기적 투쟁으로 끈질기게 전개하겠다"고 천명했다. 장기적 투쟁이 3개월을 의미하는 것인지 아니면 노 회장 임기 내내 하겠다고 하는지 애매하다. 노 회장이 당초 발표한 투쟁 로드맵은 11월 토요 휴진에서부터 시작해 12월 초 전국적인 휴폐업을 통해 대정부 요구안을 관철시키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두달이면 끝나는 '단기전'이었는데 갑자기 장기적 투쟁론을 들고 나왔다.
장기적인 대정부 투쟁을 하기 위해 비대위 확대 개편을 포함해 9개 실행방안을 결의한 것 역시 이해하기 힘들다. 9개 실행방안에는 비대위를 명실상부한 의협 산하 지역과 직역, 특별분회를 아우르는 투쟁체로 확대 개편하고, 조직, 홍보 기능 등을 대폭 강화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 이와 함께 향후 투쟁에 대비해 지역 및 직역의사회 총회 등에 비대위 위원 등을 참석시켜 방문 홍보를 하는 등 지역, 직역별 조직 정비도 함께 추진키로 했다. 전면 휴폐업 투쟁이라는 만약의 상황에 대비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복지부와 의협은 협의 내지 대화를 하기로 했지만 어떤 방식으로 할지조차 정하지 않은 상태다. 협상의 틀조차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벌써부터 협상 결렬에 대비해 비대위 조직을 확대하려는 이유가 무엇인지 납득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의협은 산하에 의학회, 시도의사회, 시군구의사회, 개원의협의회 등이 잘 갖춰져 있다. 이들과 대정부 협상 전반을 협의하지 않고, 의료계 내부 의견조차 수렴하지 않은 상태에서 왜 굳이 비대위를 확대하려는 것인지 노 회장은 회원들에게 설명해야 한다.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협상 카드나 협상력을 발휘하지 않고, 힘으로 상대방을 제압하려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기까지 하다. 만약 의협의 전략이 이런 것이라면 복지부를 너무 얕잡아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