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대 해부학과 조교수로서 학생 강의 등 교육적인 부분에 시간을 많이 할애해왔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연구에 더 집중하고 싶었다."
이는 성균관의대 해부세포생물학교실 주경민 교수(36)가 서울의대 해부학교실을 뒤로 하고 삼성을 택한 이유다.
그는 지난 9월, 10년 넘게 몸담았던 서울의대를 그만두고 성균관의대로 자리를 옮겼다.
서울의대를 졸업하고 조교로 활동하는 등 모교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지만, 아직 젊은 나이에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주 교수가 자리를 옮긴지 6개월 째. 그는 삼성서울병원 난치암연구사업단에서 뇌암 관련 연구를 맡고 있다.
서울의대에서 해부학 강의에 집중했다면 성균관의대에서는 오로지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다.
그가 최근 진행 중인 연구는 희귀암 중 하나인 뇌암 환자의 '아바타 마우스'. 다시 말해 뇌암 환자의 조직을 동물에 주입해 환자와 동일한 상태를 만들어 신약의 효능을 평가할 수 있는 모델을 제시하는 것이다.
늦어도 내년 1~2월쯤이면 관련 연구 논문이 발표될 예정이다.
그는 "뇌암은 희귀암으로 발병하면 사망률이 높은 질환이지만 아바타 마우스 등 연구를 통해 조만간 치료의 길이 열릴 수 있을 것"이라면서 기대감을 드러냈다.
주 교수와 삼성서울병원과의 인연은 그의 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군 복무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하게 된 그는 근무 이외의 시간을 삼성서울병원 연구원으로 활동하며 다양한 연구에 참여했다.
때 마침 의학계 화두는 줄기세포로 그 또한 자연스럽게 암과 신경 줄기세포에 관한 연구에 관심을 갖게됐다.
특히 현재 난치암연구사업단장을 맡고 있는 남도현 교수와 함께 실시한 연구는 지난 2009년 일본에서 열린 세계뇌종양학회(WFNO) & 아시아뇌종양학회(ASNO)에서 '호시노 어워드'에 선정되는 등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이런 경험들이 연구에 대한 그의 열정을 강하게 자극했고, 결국 과감한 선택을 하는 원동력이 됐다.
그는 군복무 후 그동안의 경력을 인정받아 서울의대 해부학과 조교수직을 맡게됐다. 30대 초반에 쉽지 않는 자리였지만 그는 3년만에 성균관의대를 택했다.
한편으로는 이른 나이에 거머쥔 '서울의대 교수'라는 타이틀을 포기하기 쉽지 않았을 법 하지만 그는 후회는 없다고 했다.
단지 '연구를 잘 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새로운 길을 선택했고, 현재에 만족한단다.
주 교수는 "서울의대 뿐만 아니라 다수의 대형병원들이 환자가 몰리면서 진료에만 집중하다보니 연구할 수 있는 인력이 없는 게 현실"이라면서 "삼성서울병원 난치암사업단에서는 함께 연구할 수 있는 인력풀이 갖춰져 있다는 점에서 메리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연구 결과를 실제 환자들에게 적용하는 게 최종 목표다. 이를 위해 주 1회씩 임상교수들과 회의를 통해 의사소통을 하고 있다"면서 "서울의대에 있을 때보다 훨씬 바빠졌지만 그만큼 보람도 느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