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이 리베이트 단절선언을 하기까지 상당한 진통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노 회장이 앞으로 어떻게 의료계를 설득해 나갈지 주목된다.
의협 노환규 회장은 4일 오후 1시 30분 '의약품 리베이트에 관한 의료계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의협이 리베이트 근절선언을 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노 회장도 리베이트 단절선언을 할 경우 반발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노 회장은 "기자회견을 하기 전까지 내부적으로 진통이 있었다"면서 "리베이트 근절선언이 쌍벌제를 인정하는 것이냐, 의사들의 약 선택에 대한 대가를 포기하겠다는 것이냐 등 반발이 있었다"고 솔직히 말했다.
의협의 리베이트 단절선언 과정을 돌아보면 결코 순탄치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의협은 지난달 31일 상임이사회에서 리베이트 단절선언에 대해 논의했지만 의결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그 만큼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았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시도의사회장들 역시 리베이트 단절선언에 대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노환규 회장은 리베이트 '단절선언'이라고 언급했고, 김동익 의학회 회장은 '자정선언'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노 회장은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에게 '단절선언'으로 표기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만큼 내부 소통과 의견 수렴이 부족했음에도 불구하고 의협이 밀어붙였다는 의미다.
왜 노 회장은 의료계 내부 의견수렴을 거치지 않고 불과 몇일 새 리베이트 단절선언을 강행한 것일까?
노 회장은 "최근 언론에서 리베이트가 연일 기사화되고 있다"면서 "별다른 죄의식 없이 수수한 의사도 있는 반면 정당한 강의료나 PMS(시판후 조사)에 응했을 뿐인데 불법 리베이트로 몰린 의사도 있다"고 환기시켰다.
이어 노 회장은 "이로 인해 의사들이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잃고 비난을 받고 있는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고, 혼란을 막기 위해 리베이트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표명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의협 송형곤 대변인은 "리베이트에 대해 논리적으로 접근하면 할 말이 많지만 국민들의 정서는 그렇게 복잡하지 않다"면서 "내가 한달에 200만원 버는데 의사들이 이렇게 많이 받아먹어 하는 식으로 접근한다"고 강조했다.
의료계에 대한 국민들의 불편한 정서를 끌어안기 위해서는 정서적인 문제로 신속히 접근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리베이트 단절선언을 언제 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했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현재 리베이트 수사 발표가 잇따르고 있는 상황에서 의협이 이런 선언을 하면 처벌 또는 처분을 앞둔 의사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반면 일부에서는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이후 새정부에 선물을 주자고 맞섰지만 의협은 선제적 대응으로 가닥을 잡았다.
송 대변인은 "의료계 내부 반발 있겠지만 의협은 대표성을 갖고 회원들을 끌고 갈 것인가, 끌려갈 것인가를 선택해야 한다"면서 "내부적으로 분명히 진통이 있겠지만 설득해서 함께 가야 한다"고 말했다.
노환규 회장은 "앞으로 전체 회원들에게 왜 리베이트 수수를 중단해야 하는지 지역설명회, 연수교육 등을 통해 계도해 나갈 것"이라며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상습적으로 리베이트를 수수하는 회원에 대해서는 적절한 조치를 취할 방침"이라고 못 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