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은 지난 달 27일 오전 7시 상임이사회를 열어 선택진료를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편법진료를 조장하는 선택진료를 폐지하는 대신 수가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병협은 이보다 앞선 21일 시민단체가 선택진료 폐지를 위한 청원에 나서자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이런 상황을 놓고 보면 의협은 병협이 아니라 시민단체의 손을 들어준 결과가 됐다.
의협은 상임이사회 직후인 오후 2시 복지부 건정심 위원들을 상대로 일차의료 활성화 방안을 설명하는 간담회를 가졌다.
토요 가산 확대 등을 건정심에서 통과시키기 위해 공익대표, 가입자대표, 공급자대표들을 설득하기 위한 자리였다.
이날 간담회에는 일차의료 활성화 방안에 반대한 민주노총을 포함한 '힘 있는' 가입자단체들이 불참해 반쪽짜리 행사로 전락했다.
하지만 병협은 의협을 측면 지원하고 나섰다.
이날 오전 의협이 상임이사회를 열어 선택진료 폐지에 찬성하기로 입장을 정리한 사실을 모른 채.
건정심 위원인 병협 나춘균 보험위원장 겸 대변인은 4일 "의원과 병원 토요 가산만 확대할 경우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소지가 있어 당시 간담회에서는 차라리 의원 종별가산율을 5% 인상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종별가산율은 의원이 15%, 병원이 20%, 종합병원이 25%, 상급종합병원이 30% 각각 적용된다.
의협도 일차의료를 활성화하기 위해 의원 종별가산율을 현 15%에서 20%로 상향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병원과 종합병원, 상급종합병원을 각각 18%, 22%, 25%로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병협은 의협이 이처럼 의원 종별가산율을 높이는 대신 병원 몫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나춘균 보험위원장이 의원 종별가산율 상향조정론을 펴자 발끈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쨌든 나 위원장은 의협을 도와주기 위해 이런 발언을 한 것이다.
나 위원장은 의협이 지난해 건정심을 탈퇴하자 수가 불이익을 줘야 한다는 건정심 가입자단체, 공급자단체의 주장에 맞서 외롭게 싸우기도 했다.
나 위원장은 의협과 병협의 상생과 화합을 위해 앞장 섰지만 결과적으로 뒤통수를 맞은 셈이 됐다.
나 위원장은 이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그는 "사실 의협이 건정심을 뛰쳐나간 뒤 의원 수가에 불이익을 줘야 한다는 주장이 적지 않았지만 이에 맞서 의협을 대변해 주고, 일차의료 활성화 주장에 힘을 실어줬는데 이렇게 되니 안타깝다"면서 "의협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병협도 5일 의협의 선택진료 폐지 찬성 입장을 공식 반박하고 나섰다.
병협은 "의협은 선택진료에 대한 문제점만을 부각시켜 제도 폐지를 주장하기 보다는 의료계의 저수가 문제를 큰 틀에서 바라보고 대승적 차원에서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범의료계 차원의 공동 노력과 관심을 경주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병협 박상근 부회장(백중앙의료원장)은 "선택진료비는 병원의 배를 불리는 별도 수입원이 아니라 제도권의 병원 수입이며 병원경영에 한 몫을 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수입은 수가계약에 그대로 반영돼 보험료 경감을 통해 의료 소비자 전체의 몫으로 되돌아가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