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라는 수식어는 헛되지 않았다.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 간이식팀 이승규 교수가 간이식의 요람인 일본에서도 손쓰지 못한 환자를 극적으로 살려내며 명성을 재확인했다.
서울아산병원은 최근 일본 훗카이도 대학병원이 의뢰한 러시아 환자가 간이식에 성공했다고 6일 밝혔다.
알콜성 간경변으로 생명이 위독했던 러시아 환자 알렉세이(Pochtantcev Aleksei)씨가 유일한 치료법인 간이식 수술을 받기 위해 세계적인 병원을 알아보던 것은 작년 12월.
러시아 주치의와 함께 세계 각국의 이식 의료기관을 찾던 알렉세이 씨는 의료 선진국이자 다양한 수술경험을 보유한 일본의 훗카이도 대학병원을 치료기관으로 선정하고 가족과 함께 일본으로 향했다.
일본이 1993년 세계에서 최초로 성인 생체 간이식에 성공해 세계 간이식 수술의 토대를 마련한 간이식의 본고장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훗카이도 대학병원이 일본의 3대 간이식 센터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는 점에서 알렉세이 씨의 기대감은 더욱 컸다.
하지만 그러한 기대감은 병원에 방문하는 순간 산산히 깨져버렸다.
환자의 상태가 심각해 수술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간을 기증하기로 한 환자의 어머니 에레나 씨와 이모 갈리나 씨 역시 간의 크기가 작아 생체 간이식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결국 방법이 두명의 기증자로부터 간을 이식받는 2대1 간이식밖에 없다고 판단 내린 훗카이도 대학병원 의료진은 서울아산병원에 환자를 직접 의뢰하기로 했다.
서울아산병원 간이식팀이 지난 2000년 세계 최초로 2대 1 간이식 수술에 성공한 뒤 총 363건의 임상 성과를 내며 세계 최다 수술을 시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훗카이도 대학병원 주치의인 아오야기 타케시 교수는 곧바로 이승규 교수에게 연락을 취해 이식을 요청했고 이 교수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 아래 이를 받아들였다.
결국 작년 12월 28일 어머니, 이모와 함께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한 알렉세이 씨는 올해 1월 16일 성공적인 수술을 받고 건강을 회복했다.
알렉세이 씨는 "처음부터 간이식 수술을 위해 한국을 찾았어야 했는데 괜히 고생을 한 것 같다"며 "한국의 세계 최고의 의료 수준에 감탄했고, 고국에 가서도 한국의료를 적극 추천하겠다"고 말했다.
이렇듯 간이식의 본고장인 일본에서 포기한 환자를 살려냈다는 점에서 서울아산병원도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이승규 교수는 "2대1 간이식을 비롯해 중증환자의 고난도 간이식 수술을 시행하려면 풍부한 수술경험과 집중적인 중환자 관리가 필수"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세계 장기이식 수술의 첫 역사를 장식한 것은 일본과 미국이지만 이제는 우리나라가 선진국에서 치료를 부탁할 만큼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