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장병원 원장으로 근무하다 40억원의 부채를 떠안게 된 의사 오모 씨가 과거 사무장이 착복한 리베이트 때문에 또다시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오 전원장은 서울중앙검찰청에 약품 도매상 대표 P씨, H씨, M사 대표 H씨를 소송사기로 고소했지만 무혐의처분이 내려지자 최근 서울고등검찰청에 항고장을 제출했다.
이 사건은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 전 원장에 따르면 의약품 도매상 대표였던 H씨는 2006년 사무장병원인 일산 J노인병원이 개원하자 1억원의 리베이트를 랜딩비 명목으로 실질적인 개설자인 M사 대표 H씨에게 건넸다.
같은 의약품 도매상 대표인 P씨도 2007년 7월 M사 대표 H씨가 남양주에 또 다른 사무장 노인병원을 개원하자 리베이트 7천만원을 전달했다. 이 역시 랜딩비 명목이라는 게 오 전 원장의 주장이다.
오 전 원장은 "M사 대표 H씨는 전국을 총괄하는 사무장으로, 3개의 프랜차이즈 노인병원을 운영하고 있고, 의료법 위반으로 3번의 실형을 받은 자"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일산 사무장 노인병원이 적자에 허덕이면서 불거졌다.
2006년 11월 병원이 적자 누적으로 임대료 6개월 치를 내지 못하게 되자 건물주가 건보공단 진료비를 가압류했고, 명도소송을 제기하고 나섰다.
그러자 당시 J노인병원의 바지 원장이던 J씨는 사무장 H씨와 공모해 후임 원장인 오 씨에게 모든 채무를 전가하는 포괄적 양수 양도 계약을 맺었다.
불법 리베이트 1억원을 단순채무인 것처럼 속인 것이다.
2008년 2월 일산 J노인병원은 건물주의 명도소송에서 패소했고, 병원은 폐쇄됐다.
그러자 도매상 대표 P씨는 사무장 H씨에게 준 1억 7천만원의 리베이트가 차용금이라며 오 원장을 상대로 대여금 소송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법원은 리베이트 1억 7천만원이 대여금이라고 판결했고, 이로 인해 오 원장은 원금과 이자까지 물어내고 있는 상황이다.
오 전 원장도 2011년 11월 인천지방검찰청에 이들 의약품 도매상 대표 H씨, P씨, 사무장 H씨를 사기죄로 고소하고 나섰다.
검찰은 의약품 도매상들이 사무장에게 준 돈이 불법 리베이트지만 돈을 받은 시점이 의약품 리베이트 쌍벌제 시행 이전이어서 처벌할 근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오 전 원장은 "불법 사무장병원을 의료법인으로 오인해 대표원장으로 취직했다가 38억여원의 부채를 떠안았는데 이 중 가장 억울한 게 불법 리베이트 1억 7천만원을 대여금으로 속은 것"이라고 분을 삭이지 못했다.
오 전 원장은 다시 서울지방검찰청에 고소했지만 이번에는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혐의 없음 처분을 받았다.
오 전 원장은 "약도매상이 병원에 의약품 공급 독점을 조건으로 돈을 주는 행위가 리베이트"라면서 "리베이트가 아니라면 어느 누가 담보도 없이 수억원을 차용해 주겠느냐"라고 되물었다.
이어 그는 "인천지검에서는 1억 7천만원이 리베이트라고 했는데 서울중앙지검은 차용금이라고 하니 이해난망"이라고 개탄했다.
그는 "쌍벌제 이전의 리베이트라도 300만원을 받은 의사들은 무더기로 처벌 받는데 1억 7천만원을 주고 받은 의약품 도매상과 사무장은 처벌할 근거가 없다는 것은 모순"이라고 못 박았다.
그는 "도매상들은 불법 리베이트를 대여금이라고 속여 약값에다 대여금을 더해 계속 따라 다니며 채권추심을 하고 있다"면서 "이런 게 소송사기가 아니라면 무엇이냐"고 따졌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번 재수사에서는 피의자가 기피한 대질조사를 해서라도 수사 불충분으로 인한 오류를 없애고, 기망행위를 입증해 달라"고 검찰에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