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부도, 사무장병원 봉직의 근무, 의사면허정지, 의사면허취소…'
억세게 불운한 의사가 복지부로부터 면허정지처분을 받고, 면허가 취소될 처지에 몰리자 법정에서 선처를 호소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행정법원 제11부(부장판사 문준필)는 최근 의사 조모 씨가 복지부를 상대로 청구한 의사면허정지처분 취소소송을 기각했다.
조모 씨는 8년간 군의관으로 장기근무하다 2000년 3월 H병원을 인수했지만 부도가 났다.
그러자 그는 2010년 10월 말 월 1300만원을 받는 조건으로 L요양병원 봉직의로 취업했지만 그해 12월 15일 사표를 던지고 나왔다.
조씨는 "약정한 연봉보다 적은 돈을 급여로 받았고, 병원장이 의료인인줄 알았지만 사무장병원이라는 사실을 알고 환자들을 위해 1주일간 정리한 후 바로 퇴직했다"고 환기시켰다.
조 씨가 실제 받은 월급은 두달간 각각 6백만원, 3백만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조 씨는 사무장병원에서 근무한 사실이 적발돼 2011년 6월 검찰로부터 기소유예처분을 받았고, 복지부는 의사면허정지 1개월 15일 처분을 통보했다.
조 씨 이외에 H병원 봉직의 2명도 같은 처분을 받았다.
조 씨의 불행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그는 면허정지처분에 불복해 처분 취소를 구하는 행정심판을 제기했고,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재결이 있을 때까지 처분 집행을 정지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조 씨의 행정심판은 기각됐다.
그는 중앙행정심판위원회로부터 기각결정 송달을 받으면 행정처분 집행정지가 종료됨에도 불구하고 약 한달간 Y병원에서 의료행위를 계속하다 면허가 취소될 위기에 놓였다.
한편 조 씨는 2011년 5월 법원으로부터 H병원 부도에 따른 개인회생 변제계획에 관한 인가 결정을 받았다.
서울행정법원은 조 씨의 딱한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복지부의 행정처분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조 씨는 1개월 15일 동안 9백만원의 급여를 받았고, 이 사건 처분으로 의사면허취소 등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되는 사정이 있지만 의료인이 아닌 자가 의료기관을 종종 개설함에 따라 개설자를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고 못 박았다.
또 재판부는 "실제 개설자를 확인하고도 상당 기간 진료행위를 계속했고, 약정된 급여를 받지 못했으므로 해당 요양병원이 정상적이지 않다는 사정을 인지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집행정지 기간 도과로 의사면허가 취소되거나 개인회생절차에 의한 변제 등 경제적 사정이 어려워지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는 사정은 이 사건 처분 이후의 것으로 고려대상이 아니다"면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