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가 리베이트 단절 의지를 의심하게 하는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의협은 지난달 4일 의약품 리베이트를 단절하겠다는 선언문을 사상 처음으로 발표했다. 불법 리베이트는 주지도, 받지도 말자는 것이다.
의협이 일부 의사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리베이트 단절선언을 한 이유는 분명하다. 노환규 회장은 "리베이트로 인해 의사들이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잃고 비난을 받고 있는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고, 혼란을 막기 위해 분명한 입장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의협의 이후 행보를 보면 리베이트 단절선언의 진정성에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의협은 3월 12일 리베이트 쌍벌제 이전 리베이트를 받다가 복지부로부터 행정처분을 받을 위험에 처했거나, 동아제약의 요청에 따라 동영상 강의를 하고 강의료를 받았지만 검찰이 이를 리베이트로 간주한 의사들의 소송비 전액을 지원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들을 모두 포함하면 1400여명에 달한다. 왜 의협이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들의 소송비를 전액지원하느냐는 질책이 잇따르자 의협은 최근 '선의의 피해자에 한해' 지원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하지만 의협은 20일 선의의 피해자 여부를 불문하고 행정처분, 형사처벌을 통보받은 의사들의 법률상담 비용을 지원하기로 방향을 다시 틀었다. 선의의 피해자를 선정하면 오히려 재판부로 하여금 선의성, 대가성 등에 대한 편견을 갖도록 할 우려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의협의 이런 입장 변경은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것이 자명하다. 의협은 국민과 리베이트를 단절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는 우선 리베이트와 정당한 보상의 경계가 무엇인지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의사들이 이를 자율적으로 지키도록 유도하는 노력을 꾸준히 해나가야 한다. 동아제약 사건이 시발점이었지만 의협은 소송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이를 포기했다. 그렇다면 앞으로 착한 손과 그렇지 않은 손을 어떤 잣대로 선별할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의협은 리베이트와 연관된 모든 의사들의 법률상담 비용을 전액 지원하기로 했다. '같은 배'를 타는 우를 범한 것이다. 의협은 리베이트를 단절할 의지가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