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노환규 회장이 리베이트 단절선언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리베이트가 마치 제약사의 문제인 것처럼 몰아가고 있어 자정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의협 의료정책연구소는 19일 '의약품 리베이트 문제, 어떻게 풀어가야 하나?'를 주제로 의료정책포럼을 열었다.
이날 노환규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의협은 리베이트를 단절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사회적으로 부정적 인식이 강하고 더 이상 의사의 신뢰가 손상되는 것을 방치할 수 없어 리베이트 단절선언이라는 어려운 결정을 했다"고 강조했다.
현두륜(법무법인 세승) 변호사는 주제발표에서 우리나라 리베이트 규제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따졌다.
우선 현 변호사는 의료법 제32조 2에서 의약품 채택, 처방 유도 등 판매 촉진을 목적으로 제공되는 경제적 이익의 수수행위를 금지한 조항을 지적했다.
그는 "제약사가 의료인에게 경제적 이익을 제공했다는 사실만으로 판매촉진 목적이 있다고 추정해선 안되지만 사실상 판매 촉진을 목적으로 한다"면서 "이를 전부 의료법 위반으로 처벌하면 제약사의 통상적인 판촉활동을 금지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환기시켰다.
판매 촉진 목적에 대한 제한적이고 엄격한 해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현 변호사는 최근 동아제약 리베이트 사건을 언급하며 의사가 의약품 처방과 무관한 대가를 수령한 것까지 의료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있는지 의문을 표시했다.
동아제약은 외부 컨설팅업체를 통해 의료인들에게 동영상 강의나 설문조사를 의뢰하고, 해당 비용을 지급했다.
당시 의사들은 의약품 판매 촉진과 무관한 강의 또는 설문조사에 대한 대가라고 생각했지만 검찰은 이를 판매촉진 목적으로 간주하고, 처벌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현 변호사는 "합법적 리베이트와 불법간의 차이가 없어 의사들 스스로도 합법과 불법을 나누는 경제적 이익이 무엇인지 예견할 수 없고, 제약사가 제공하는 경제적 이익 중 어떤 것을 받아도 되는지 결정할 수 없기 때문에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는 의견이 있다"고 밝혔다.
반면 토론자로 초청받은 조선일보 김동섭 기자와 국회 입법조사처 김주경 입법조사관, 복지부 약무정책과 김혜인 사무관은 리베이트를 수수한 의사에 대한 처벌 강화가 불가피하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그러자 노환규 회장이 이들의 이름을 수차례 거론하며 마치 잘못을 꾸짓는 듯한 발언을 이어갔고, 김동섭 기자는 "내가 훈계 들으려고 이 자리에 왔느냐"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특히 노환규 회장은 세가지 리베이트 해법을 제시했지만 제약사 탓만 했고, 자정 의지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먼저 노 회장은 최근 의협 회원 1194명을 대상으로 리베이트 설문조사를 한 결과를 일부 공개했다.
노 회장에 따르면 리베이트를 받았다면 누구 요청한 것이냐고 묻자 96.9%가 제약사가 제안했다고 응답했다.
리베이트 쌍벌제 이후에도 제약사로부터 리베이트를 주겠다는 제안을 받은 적이 있느냐고 묻자 52%가 그렇다고 답했다.
쉽게 말해 문제는 전적으로 제약사에 있다는 것이다.
노 회장은 "제약사 마케팅 대행업체에 물어보니 지금도 제약사들은 리베이트를 제공할 수 있는 해법에 가장 관심이 있다고 한다"면서 "정말 리베이트를 없애려고 한다면 적발된 약에 대해서는 품목허가 등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노 회장은 "리베이트를 잡겠다고 의사 면허정지, 업무정지를 하는 것은 사형선고와 같다"면서 "국가가 전문직 면허를 존중했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그는 "모두 법으로 해결하려고 하고, 의협이 자율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여주지 못한 측면이 있지만 산업계와 함께 리베이트를 없앨 수 있도록 자율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의협은 지난 2월 리베이트 단절선언을 하면서 자체적인 윤리규정을 마련, 내부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아직까지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리베이트에 대한 윤리적 잣대를 만들려는 의지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의협은 리베이트 단절선언 직후 동아제약 사건이 터지자 사건에 연루된 모든 의사들의 소송비용을 협회에서 지원하겠다고 했다가 비판이 일자 부당한 피해자에 한해 소송비용을 대겠다며 말을 바꾸더니 결국에는 상담비용만 지원하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합법과 불법 리베이트에 대한 의료계 내부 윤리잣대도 만들지 않은 채 무엇을 어떻게 자율정화하겠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