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정책은 환자들에게 헛된 희망만 심어주고 있다.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인지 생각해봐야한다."
30일 서울대병원 허대석 교수(종양내과)는 최근 정부가 검토 중인 4대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정책에 대해 이같이 지적하며 쓴소리를 남겼다.
그는 "대책없이 보장성만 강화한다면 대형병원에 환자 쏠림현상이 심각해져 병원 기능 마비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 "정부가 정치적으로 쏟아내는 정책이 병원에는 심각한 문제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중증질환에 대한 보장성을 높이는 것은 좋지만, 환자들의 수요를 통제할 수 있는 기전을 마련하지 않으면 환자쏠림으로 대형병원들은 정상적인 진료가 불가능한 상태에 이른다는 게 그의 우려다.
허 교수는 몇년 전 사례를 빌려 설명을 이어갔다.
그에 따르면 지난 2006년초 6세 미만 입원비의 환자본인부담을 20%에서 무료로 해주는 정책을 도입하자 그해 6세 미만 입원비는 39.2%(1038억원) 증가했다.
뿐만 아니라 제도 시행 일주일이 지나자 서울대어린이병원은 전국에서 몰려든 환자로 정상적인 진료가 불가능한 상태에 이르렀다. 진료비 부담이 사라진 환자들이 대형병원으로 몰려온 것이다.
이후 사태의 심각성을 확인한 환자본인부담을 10%로 정하면서 안정을 찾았다.
그는 "어린이병원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무작정 보장성을 강화한다고 최상의 의료환경을 만드는 게 아니다. 오히려 의료전달체계를 망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환자는 인간의 본성상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받고 싶은 욕구가 높기 때문에 금전적인 문제가 해결되면 대형병원으로 몰려오는 것은 예상된 결과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실제로 보건복지부가 4대 중증질환 보장성강화 수요조사를 실시한 결과 고가 항암제 등 약제 보장성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암 질환 관련해서는 보험적용이 안 되는 고가항암제의 급여전환에 대한 요구도 높았다.
허 교수는 "결국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는 고가약을 내놓는 다국적제약사 배만 불리는 정책이 될 수 있다"면서 "한정된 자원을 어떻게 분배할 지에 대한 고민 없이 무작성 보장성만 높인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