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보건복지부 연구중심병원에 지정된 의료기관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연구인력이 재편되고 있다.
특히 재정적으로 여유가 있는 삼성서울, 세브란스 등은 외부 인사를 영입하는 등 공격적으로 뛰어들면서 다른 병원과의 격차를 벌이고 있다.
세브란스병원은 5월 1일자로 에비슨 의생명연구원장에 이서구 교수를 임명하고 한달 전인 4월에는 백순명 석좌교수를 지노믹센터에 배치했다.
이서구 교수는 지난 2006년 과학기술부가 선정하는 제1호 국가과학자로 세계적인 석학이며 백순명 교수도 미국 국립유방암임상연구협회 과장을 지냈을 정도로 명성이 높은 인물로 이를 통해 연구 강화에 발판을 마련했다.
또한 세브란스는 국내외 활동 중인 PhD 출신의 우수한 연구인력을 대거 끌어모으고 있다.
노벨의학상 수상자인 스타이먼 교수와 연구를 함께 한 박채규 박사와 미국 예일대 면역생물학과에서 바이러스 연구를 해온 서준영 박사, 식약청 국립독성연구원에서 위암억제 효과 유전자를 증명해낸 남기택 박사 등이 바로 그들.
세브란스병원 의생명연구원 관계자는 "연구실적이 높은 전문연구인력의 확보는 앞으로 연구성과를 내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면서 "이들을 중심으로 연구에 필요한 인력을 추가로 늘려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한 삼성서울병원은 국내 각 분야의 석학을 영입하는 데 성공하면서 이들을 주축으로 한 연구를 기반으로 병원에 실질적인 수익창출을 노리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지난 4월, R&D사업화 추진본부를 신설하고 녹십자 목암생명공학연구소 윤엽 소장을 영입해 본부장직을 맡겼다.
또 지난 3월 개설한 삼성유전체연구소에는 서울의대 박웅양 교수를 영입해 소장으로 임명한 바 있다.
박웅양 교수는 서울의대 의과학과장을 지냈으며 한국 게놈지도 작성에 참여하는 등 유전체 분야에서 주목받는 석학.
윤엽 본부장 또한 녹십자 목암생명공학연구소를 이끌여 혈관 생성을 차단해 암의 성장과 전이를 억제하는 항암제 '그린스타틴' 연구를 주도하며 그 능력을 인정받았다.
삼성서울병원은 최근 새롭게 영입한 우수한 인력과 함께 앞서 활동을 시작한 삼성미래의학연구원이 병원의 연구기능을 강화하는 데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있다.
서울대병원과 아산서울병원 등 다른 병원도 조직을 새롭게 개편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원 관계자는 "연구교수 인원을 늘리고 의생명연구원장직을 부원장급으로 대우하는 등 내부에서 직제개편 중"이라면서 "이를 통해 진료수익 중심의 병원 구조를 지양하고, 연구수익을 늘릴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또 의료원에 병원 2곳이 연구중심병원에 지정되면서 눈길을 끌었던 고대안암병원과 고대구로병원은 2006년부터 꾸준히 늘려온 연구교수 15명을 중심으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정부 예산지원 아쉽네…수익구조 만드는 게 관건"
이처럼 복지부가 지정한 연구중심병원 10곳 중 일부 대학병원이 연구인력을 경쟁적으로 영입하고 있지만, A대병원 등 재정적으로 어려움이 있는 연구중심병원은 벌써부터 예산이 걱정이다.
A대병원 관계자는 "연구인력에 소요되는 인건비만 1억~1억 5천만원에 달한다. 정부의 예산지원이 일체 없는 상태에서 성과를 만들어 내기란 만만치 않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A대병원은 기존에 추진 중인 글로벌 임상시험센터 사업은 발전시키고 있지만 연구중심병원 중점연구분야인 '골관절염과 난청' '알러지천식' '뇌혈관질환'에선 아직 이렇다할 투자처를 찾지 못한 상태다.
그는 "인력 충원 등 예산부족으로 사업 추진에 한계가 있다"면서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는 예산 압박을 받는 것은 적극적인 투자에 뛰어든 다른 병원도 마찬가지다.
세브란스병원 한 관계자는 "지금은 병원에서 수십억씩 투자에 나서고 있지만 예산은 한정돼 있는데 성과도 없는 곳에 몇년씩 돈만 쏟아부을 수는 없는 문제 아니겠느냐"면서 "최대한 빠른시간 안에 경제적으로 자립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정기간 성과가 없으면 한계에 부딪칠 가능성이 높다"면서 "지금은 시작이라 과감하게 투자하지만 빨리 수익구조를 만들어내야한다는 위기감도 상당하다"고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