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국내 의료기기업체들이 국산 의료기기 활성화를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수입 의료기기 인허가 장벽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산 의료기기보다 상대적으로 인허가 소요시간이 짧은 수입 의료기기 인허가 장벽을 높여 시장에서의 공평한 경쟁을 펼치게 해달라는 업계 주문이다.
의료기기 인허가는 최근 진영 복지부장관과 의료기기업계가 가진 첫 간담회에서도 뜨거운 이슈로 등장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국내 의료기기업체들은 수입 의료기기와 국산 의료기기의 인허가 소요시간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한 업체 대표는 "수입 의료기기는 3개월이면 식약처에서 수입허가를 받지만 국산 의료기기의 경우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식약처는 의료기기 인허가가 빨라졌다고 하지만 어디까지나 수입 의료기기에만 해당되는 일"이라며 "의료기기 인허가 제도가 국내 의료기기제조업체를 옥죄고 있는 건 아닌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업체들의 불만은 수입 의료기기에 대한 인허가를 강화해야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ㆍ일본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자국 의료기기산업 보호를 목적으로 수입 의료기기 인허가를 강화하는 추세지만 정작 한국은 보호는커녕 오히려 수입 의료기기 진입장벽을 낮추고 있다는 불만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의 허술한 인허가 제도는 자국 의료기기산업 보호와 육성을 위해 수입 의료기기 인허가 제도를 한층 강화한 중국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더욱이 국산 의료기기 연구회를 이끌고 있는 한 대학병원 교수 역시 수입 의료기기 인허가 장벽이 너무 낮다고 지적했다.
OECD 국가에서는 국민들을 위해 수입 의료기기의 경우 자국 내 임상시험을 거쳐 인허가를 내주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한국은 임상시험은 둘째 치고 미국 FDA 인증만 있으면 신속하게 인허가를 내주고 있다는 것.
그는 "수입 의약품의 경우 국내에서 생동성시험을 거쳐 인허가를 내주기 때문에 국내 의약품 임상시험이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가 쌓이면서 세계적 수준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수입 의료기기는 해외인증을 통해 임상시험 없이도 국내에서 쉽게 인허가를 받을 수 있어 국내 의료기기 임상시험의 발전 속도가 더디게 이뤄지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그동안 식약처는 의료기기 제도 개선에 있어 '국제조화'(Global Harmonization)를 강조해왔다.
하지만 FDA 등 해외인증만으로 큰 장벽 없이 국내 인허가를 받는 수입 의료기기와 달리 국내 인증을 받고도 타 국가에서 좀처럼 인허가 받기가 하늘에 별 따기인 국내 의료기기업체들은 과연 식약처가 말하는 국제조화가 무슨 의미인지 궁금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