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은 공급과잉 상태에 빠졌고 병원에 불리한 정부정책은 쏟아지는데 환자들의 눈높이는 높아졌다. 병원이 변하지 않으면 생존하기 힘들다."
조우현 을지의료원장은 23일 일현의학관 지천홀에서 '의료 환경변화와 의료기관'을 주제로 실시한 특강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번 특강은 최근 병원계가 경영악화로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직 의료원장이 직접 의료기관의 생존전략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조 의료원장은 강남세브란스병원장으로 재직했던 당시 성공신화를 이끌며 병원경영 전문가로 인정받은 바 있다.
그는 먼저 "최근 10년간 병상수는 2.1배 늘었고, 의료기관 수는 1.5배 증가해 인구당 병상수가 OECD 평균보다 높아졌다. 게다가 요양병원까지 급증하면서 병원간 경쟁은 더욱 가열됐다"면서 최근 의료시장을 분석했다.
의료기관간 기능 재정립 등 정부의 정책은 병원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는 반면 환자들의 요구 수준은 높아져 병원 경영이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병원에 수익이 감소하면 재투자가 줄어들고, 투자를 하지 않으니 환자들의 만족도는 낮아지고, 이는 또 수익 감소로 이어진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또한 조우현 의료원장은 변화한 의료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한 전략으로 병원 사업영역의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의료기관 수가 늘어난 만큼 해당 병원을 차별화 하려면 핵심역량이 무엇인지 정하고, 1등 프로그램을 여러개 만들어야한다"면서 "환자중심의 새로운 서비스도 함께 개발해야한다"고 밝혔다.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도 관행적인 서비스에서 탈피해 철저히 환자중심 및 프로세스 중심의 사고를 가져야한다고 강조했다.
가령, 환자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표준지침서를 만들고 이를 실천하도록 해 서비스의 질을 유지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또 "병원 경영상황이 좋지 않을수록 경영성과를 엄격하게 평가해 그에 따른 보상체계를 구축하고, 인사제도에서도 철저한 능력위주로 바꿔야한다"고 했다.
그는 업무 프로세스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일단 직원을 통제하거나 감시하는 방식보다는 자율적인 참여를 이끄는 방식으로 업무를 진행하고, 팀 중심으로 진행했던 업무도 부서 혹은 직종간 장벽을 없애고 업무 효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병원이 변화하기 위해서는 의사를 포함한 전 직종의 참여가 필수적"이라면서 "최고경영자인 병원장이 명확한 목표를 제시하고 솔선수범하는 자세가 기본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