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은 불과 몇년 전만해도 환자 '블랙홀'로 불리며 개원가나 중소병원들의 공공의 적 취급을 받아왔다.
대학병원이 들어서면 그 일대 중소병원부터 개원가까지 초토화된다는 설이 나돌 정도였다.
그러던 대학병원의 성장세가 요즘들어 한풀 꺾였다. 한 대학병원 보직교수는 "제2병원 설립을 추진하던 대학병원 중에 이를 중단하거나 계획을 수정하는 사례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
지금까지는 새병원 건립을 통해 붐업효과를 노렸지만 앞으로는 만만치 않은 일이 됐기 때문이다. 당장 운영 중인 병원도 환자가 줄어들기 시작했는데 또 하나의 병원을 세운다는 것은 무모한 짓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불과 10년만 대학병원들의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중소병원들은 이미 몇년전부터 경영악화를 토로해온 바있다.
병원계 전체에 짙은 먹구름이 드리웠다.
정부는 앞으로 한국을 이끌어갈 신성장 동력산업으로 '의료'를 꼽고 있지만 어쩐 일인지 병원계는 점점 더 상황이 안좋아지고 있다.
더욱 아이러니한 것은 다수의 병원장들이 경영 악화의 원인으로 4대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등 정부의 정책을 꼽고 있다는 것이다.
한 대학병원장은 "장기화된 저수가에 규제는 점점 더 강화되고 병원 운영에 불리한 정책은 쏟아져 버티기 힘들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가까운 예로 연구중심병원 제도만 해도 그렇다.
당초 병원에 연구기능을 강화해 의료를 산업화하는 기반을 다지자는 취지로 정부가 예산을 지원하겠다고 했다가 입장을 번복하면서 각 병원이 스스로 생존해야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정부는 '의료'분야의 신성장동력산업화를 논하기 전에 현황부터 파악하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