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부의 혈액만으로 태아의 성별을 확인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이 개발됐다. 근이영양증 등 산전 치료 효과를 크게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제일병원 산부인과 류현미 교수팀은 최근 임신 12주 이전의 임산부 혈액을 통해 태아 성별 진단을 내릴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30일 밝혔다.
연구진은 모체 혈액 내 비메틸화된 형태로 존재하는 태아 DNA를 확인하고 전체 DNA 중 남아 태아 유래의 DNA 비율 값을 이용해 태아 성별을 확인하는 새로운 방법을 도입했다.
혈액 내 비메틸화된 PDE9A 유전자의 발현을 통해 태아 DNA의 존재 유무를 확인하고 DYS14/GAPDH 유전자의 비율(남성 4.8~7.5/여성 0.3~2.1)로 태아의 성별을 구별하는 방식이다.
연구진이 이 방법으로 임신 초기 203명의 여성에게 태아 성별 검사연구를 진행한 결과 100%의 정확성을 보였다.
근이영양증과 같은 X 염색체 유전 질환을 가진 임신부는 남자 태아를 가질 경우 질환 발생 위험률이 50%에 달해 임신 초기 태아의 성별을 확인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또한 선천성부신증식증이 의심되는 여자 태아의 경우도 임신 초기 태아의 성별을 정확히 진단하면 산전 치료가 가능해진다.
이에 따라 그동안 의료 현장에서는 침습적 검사를 통해 성별 진단으 해왔지만 태아의 조직을 채취하는 과정에서 임산부에게 부담을 주는 것이 부작용으로 대두됐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임신 초기 초음파 검사 또한 태아가 발달하기전 성기를 구분하는 것이 모호해 정확한 진단이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이로 인해 유럽 국가 일부에서는 혈액을 이용한 태아성별 검사법을 활용되고 있으나 검사의 정확도가 부족해 한계점이 있었다.
임신 초기 모체 혈액 내 DNA 마커를 이용해 성별을 감별할 수 있는 방법이 나온 것을 높게 평가하는 이유다.
류현미 교수는 "이번 기술은 태아 성별의 확인이 필요한 다양한 질환의 산전 검사에 효과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모체혈액을 이용한 태아성별검사가 산전 치료와 검사 이외에 단순히 태아 성별선호 목적으로 사용될 우려는 있다"며 "이 경우 다양한 윤리적, 법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이러한 방법의 임상 적용은 매우 제한적으로 시행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