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최근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계획'을 확정 발표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의 공약을 실천하고, 보장성을 강화한다는 취지만 놓고 보면 일면 긍정적이다.
복지부 발표를 보면 올해 10월 초음파 검사 급여화를 시작으로, 내년 고가 항암제와 MRI, PET 등 영상검사를, 2015년 각종 수술 및 수술재료를, 2016년 유전자 검사를 단계적으로 건강보험화한다. 이를 통해 현행 4대 중증질환의 보장성을 현 89.8%에서 99.3%까지 높여나가겠다는 게 복지부 방침이다.
복지부는 4대 중증질환에 대한 보장성을 강화하기 위해 올해부터 2017년까지 총 8조 9900원을 투입할 예정이며, 추가되는 재정 전액을 건강보험에서 충당할 예정이다. 건강보험 누적적립금과 보험 재정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게 복지부 입장이다.
그러나 건강보험 보장성의 원칙과 지속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으며, 의료전달체계 왜곡을 심화시킬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가장 큰 걱정은 보장성 확대에 소요되는 막대한 재정을 매년 1.7~2.6%의 보험료 인상과 건강보험 누적적립금으로 충당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정부는 국민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런 대책을 내놓았겠지만 '적정부담' '적정급여'라는 상식을 바로 세우지 않고 '최소부담' '최대급여'를 하겠다는 발상은 2000년 의약분업 당시 재정파탄의 악몽을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퍼주기식'이라는 점이다.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급여기준이다. 선별급여라는 항목 자체가 급여기준의 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다.
연세대 정형선 교수는 "4대 중증질환에 대한 본인부담금을 무리하게 줄이려다 보니 결국 급여기준의 원칙이 무너지게 된 것"이라며 "과연 수많은 대체 가능한 방법들 중 어느 것을 선별급여에 포함시킬 것인가에 대한 끝없는 논란을 피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단순히 치료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는 이유만으로 그동안 보험급여화하지 않았던 고가항암제를 보험급여권으로 편입하면 앞으로 다른 질환에 대해서는 어떻게 할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이번 보장성강화 대책으로 인해 의료전달체계가 더욱 왜곡될 가능성이 높지만 복지부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4대 중증질환에 대해 100% 보장을 해준다는데 어떤 환자가 '빅5'를 제쳐두고 지방의 대학병원, 중소병원을 이용하겠는가.
여기에다 적정 수가가 전제되지 않는 보장성강화는 허울에 불과하며, 결국 환자들의 피해로 되돌아온다는 게 역사적인 교훈이지만 복지부는 '선시행, 후보완' 이야기만 되풀이하고 있다. 4대 중증질환 보장성강화 대책을 보완하지 않으면 재앙이 올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