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료기기업체들이 미국과 유럽시장 진입에 앞서 특허분쟁에 대비한 전략을 수립해야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됐다.
지난 5일 열린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제10회 워크숍에서 이창훈 미국 특허변호사는 "국내 의료기기업체들의 미국과 유럽시장 수출이 증가하면서 현지 시장점유율 1~2위 업체들이 한국 업체들의 시장진입을 늦추거나 사업자체를 포기하도록 만들기 위해 특허장벽을 세우고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이 변호사는 직접 사건을 수임한 국산 '캡슐내시경' 사례를 들어 국내 의료기기업체들의 특허분쟁 대응책 마련을 주문했다.
캡슐내시경은 초소형 카메라를 내장한 소형 캡슐을 환자가 삼킴으로써 일반 내시경으로 관찰이 어려운 소장 등 소화관이 점막을 직접 촬영해 질환을 진단할 수 있는 장치.
2000억원 시장으로 추산되는 캡슐내시경은 이스라엘 업체 '기븐 이미징'(Given Imaging)이 전 세계 위장 캡슐내시경시장의 85%를 점유하고 있다.
이 변호사는 "기븐 이미징은 특허소송을 통한 시장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지난 2006년 10월 올림푸스를 상대로 캡슐내시경 원천기술에 대한 미국특허 침해를 이유로 미국 펜실베니아 연방법원에 제소했다"고 밝혔다.
이어 "2008년 4월 기븐 이미징은 올림푸스와 Cross-license를 체결하고, 올림푸스로부터 약 233만달러를 받는 조건으로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기븐 이미징은 올림푸스에 이어 한국 의료기기업체 '인트로메딕'을 상대로도 특허분쟁 전략을 펼쳤다.
인트로메딕은 2010년 기준 위장 캡슐내시경 유럽 수출액만 약 68억원에 달하는 세계 4대 캡슐내시경업체 중 하나.
이 변호사는 "기븐 이미징은 2011년 3월 인트로메딕을 캡슐내시경 관련 유럽특허 2건ㆍ독일실용신안 1건에 대한 특허침해로 독일 뒤셀도르프 지방법원에 제소했다"며 "인트로메딕은 2012년 독일 뒤셀도르프 지방법원에서 특허소송에서 실용신안 1건은 승소했으나 특허 2건에 대한 사건에서는 패소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결과에 따라 인트로메딕은 독일시장에서 캡슐내시경 미로캠의 판매금지 처분을 받았으나 실제 집행은 유보됐다.
이에 인트로메딕은 2012년 패소한 침해소송 사건에 대해 독일 고등법원에 항소하는 한편 연방특허법원에 계류 중인 무효사건에 새로운 무효자료 및 항변을 제출해 무효사건을 유리하게 진행시켰다.
이를 통해 2013년 독일연방특허법원은 기븐 이미징 특허 2건 및 실용신안 1건에 포함된 청구항 전부에 대한 무효결정을 내리고, 고등법원 역시 인트로메딕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기븐 이미징은 2012년 당시 독일 무효소송이 불리하게 진행되자 한국에서 로펌 김앤장을 선임해 다시 특허 2건에 대한 침해소송을 서울지방법원에 제기했다.
이는 독일에서 이미 무효가 된 실용신안등록의 한국패밀리 특허 2건으로서 인트로메딕은 특허 2건에 대해 무효소송을 제기해 특허법원에서 모두 무효판결을 받았다.
현재 이 건은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이창훈 변호사는 "한국에서는 일단 제품을 판매하고 추후 특허소송이 걸리면 적당히 변호사 선임해서 해결하려는 주먹구구식 대응이 통할지 몰라도 미국의 경우 특허소송에서 패하면 상대방이 입은 손해액의 최대 3배까지 배상해야하기 때문에 큰 낭패를 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그는 "국내 의료기기업체들 중 관련시장에서 5위권 안에 진입했거나 곧 진입 예정인 업체들은 미국과 유럽에서의 특허분쟁에 대비한 전략을 사전에 수립하는 것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