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제품화ㆍ상업화 가능성이 희박한 의료기기 연구개발(R&D)과제로는 정부 투자지원을 받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정부가 의료기기 연구개발 투자를 매년 늘리고 있지만 정작 의료기기 제품화로 이어지는 사례가 저조한 만큼 더 이상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투자지원은 하지 않겠다는 정부 당국자의 말이다.
복지부 보건산업진흥과 홍정기 서기관은 지난 5일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워크숍에서 복지부 의료기기 지원정책과 사업을 소개하면서 이 같이 강조했다.
홍 서기관은 "최근 3년간 의료기기 분야 연평균 투자 성장률을 살펴보면 정부와 민간기업이 각각 17%ㆍ25.2%에 달해 연구개발 투자가 확대 추세에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연구개발 투자에도 불구하고 제품 기술력은 여전히 선진국 대비 60~70% 수준에 머물고 있어 고부가가치 제품개발 역량이 부족하다는 게 홍 서기관의 지적.
더욱이 의료 환경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제품개발 및 출시로 수요자들의 신뢰도 또한 낮은 게 현실이다.
특히 홍 서기관은 의료기기 연구개발의 양적 성장보다 질적 투자에 한계성이 있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그는 "정부 투자지원을 받아 의료기기 연구개발 과제를 수행한 연구 개발자들은 정부에 95% 성과를 냈다고 보고하지만 정작 연구결과물이 의료기기 제품화ㆍ상업화로 이어진 경우는 5%가 채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더 이상 제품화가 이뤄지지 않는 연구개발은 무의미하다"며 "정부가 지원한 연구개발과제가 100개라면 최소한 5~6개는 제품화와 상업화를 통한 매출이 발생하는 등 실질적인 성과가 있어야 복지부도 관련부처에 더 많은 예산을 요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올해부터 의료기기 연구개발 업무를 담당하면서 연구개발 과제와 관련한 RFP(Request for Proposalㆍ제안 요청서) 요구 시 제품화와 상업화가 전제돼야 연구개발비를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고 강조했다.
복지부는 이 같은 제품화를 전제로 한 의료기기 연구개발과제 지원을 위해 올해 1월부터 이달 말까지 '미래융합기기 Top-Down 과제 발굴 기획 추진'사업을 진행한다.
이는 연구자들이 제안한 연구개발 공모과제를 정부가 선정해 자금을 지원하는 것과 달리 정부와 의사ㆍ의공학자 등 전문가들이 모여 실질적으로 필요한 연구 과제를 선정해 공모하는 형태로 지원이 이뤄지는 'Top-Down' 방식의 지원사업.
홍 서기관은 "이 사업은 의료기기 최종 수요처인 병원 및 의사들의 니즈가 충분히 반영된 성공 가능성 높은 의료기기 연구개발 과제를 발굴하기 위해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복지부는 지난해 범부처 기획에서 도출된 유망투자품목을 승계해 BT중심 고위험군 의료기기 후보를 선별, 후보군에 대한 의사들의 수요조사와 평가를 지난 5월 끝마친 상태다.
홍정기 서기관은 "미래융합의료기기 Top-Down 과제 발굴은 연구개발 투자를 통한 의료기기 기술혁신 지원사업으로 질병ㆍ질환 또는 치료, 진단, 예방 목적 등 명확한 타깃을 설정해 기존 제품보다 우수성과 차별성을 가진 의료기기 개발을 위한 유망 품목 R&D 과제를 발굴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7~13개 과제가 선정됐고, 이중 3~4개 과제를 우선순위 과제로 결정해 올해 27억원의 예산을 투자할 계획"이라며 "이달 말에 최종 과제를 채택ㆍ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연구개발 과제 참여자 선정기준은 제품화가 최우선 고려대상인 만큼 제품화와 상업화에 자신이 없으면 공모에 참여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