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중소병원은 5년째 내시경 장비를 교체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중고 의료장비를 알아봤지만 비용부담이 커진 탓이다. A병원장은 고민 끝에 몇년만 더 버텨보기로 결정했다.
#B중소병원장은 의료장비를 구매할 생각만 하면 한숨 뿐이다. 지금까지 중고장비는 신제품의 절반 값에 살 수 있었지만 최근 검사필증 의무화 이후 비용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정부에서 의료기기법 시행규칙을 개정한 이후 중고의료기기를 구매하는 중소병원들의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다.
법 개정 직후에 우려했던 문제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는 게 병원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정부 개정안에 따르면 의료기관이 중고 의료장비를 매입하는 경우 제조 및 수입업자의 시험검사를 받은 후 구매하도록 했다.
앞서는 별다른 절차없이 중고의료장비를 구매할 수 있었지만, 검사필증을 받아야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문제는 검사필증을 받기 위해 실시하는 검사 수수료가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까지 치솟았다는 점이다.
병원계는 즉각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라면서 검사필증 발행 주체를 제조 및 수입업자로 제한한 것을 문제 삼았다.
당시 중소병원협회도 "검사필증 발행 주체를 제조 및 수입업자로 제한하면 중고 의료기기는 물론이고 신규 의료기기의 가격까지 상승해 중소병원의 비용 부담만 가중될 것"이라면서 우려를 드러냈다.
그리고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A중소병원장은 몇년 전 중고 의료장비는 5천만원에 구매했다. 신제품에 비해 50% 저렴했다. 하지만 얼마 전 확인해보니 중고 의료장비는 6천만원으로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검사필증 수수료가 2천만원에 달했다.
결과적으로 중고의료장비를 구입하는데 8천만원이 드는 셈이다.
그는 "주변에 의료장비 비용부담으로 교체를 늦추고 있는 의료기관이 많다"면서 "검사를 전담하고 있는 제조업체 및 수입업체가 신제품을 구매하도록 하려는 게 아닌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B중소병원장은 "검사 수수료를 부담하느니 신제품을 구입할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검사필증 의무화가 되면서 신제품 가격도 덩달아 인상됐다"면서 "정부는 검사필증 수수료를 인하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식약청 관계자는 "의료기관의 비용부담에 대한 불만에 대해 알고 있다"면서 "현재 식약청이 지정한 검사기관에서도 검사를 받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만 의료장비 종류가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식약청이 검사비용을 일률적으로 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