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건보공단·심평원 절전
34℃.
폭염이 연일 이어지고 있는 서울의 기온이 아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사실의 온도계가 가리키고 있는 수치다.
13일 서울 낮 최고 기온인 33℃보다도 1도가 더 높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2일 전력난을 극복하기 위해 14일까지 사흘간 공공기관의 냉방기와 공조기 가동을 전면 금지한다고 밝혔다.
이와함께 계단과 지하 등 불가피한 곳을 제외한 실내조명은 소등하고, 엘리베이터도 최소한만 이용하도록 했다.
정부의 조치는 공공기관인 심평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도 예외가 될 수 없다.
13일 찾은 심평원 본원 로비는 불이꺼져 있는데다 인기척도 없었다. 혹자는 '유령건물'이라고까지 표현할 정도였다.
분위기는 썰렁했지만 로비의 온도는 32.6℃를 기록하고 있었다. 엘리베이터도 4대 중 한대만 가동되고 있었다. 자판기에도 '사용중지' 안내가 붙었다.
1층 교육장에서는 불을 끈채 'DB 모델관리도구 및 표준화 시스템 개선사업 사용자 교육'이 진행되고 있었다.
한 심평원 관계자는 연신 부채질을 하며 "헉헉대면서, 땀을 줄줄 흘리면서 일하고 있다. 정부 시책이니까 어쩔수 없지 않나"고 토로했다.
본원 건물 6층에 위치한 심사실은 '찜통근무'가 한창이었다.
심사실은 다른 부서보다 인구밀도도 상대적으로 높은데다가, 하루종일 모니터 두대를 번갈아보며 일해야 하기 때문에 기계에서 나오는 열기도 무시할 수 없는 곳이다.
바람이 들어올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인 창문과 문은 활짝 열려있었다.
너무 더우면 오히려 사람 출입이 적은 복도가 그나마 시원하다며 나오기도 했다.
1인 1선풍기는 기본. 어깨와 머리에 아이스팩을 올려놓는가 하면 아이스방석까지 등장했다.
심사1실 최현숙 실장은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땀이 난다. 아침에 출근하면 직원들에게 조금만 참자라고 다독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은 건보공단도 마찬가지. 전 직원이 부채, 선풍기, 아이스팩에 의존하고 있다.
더운건 둘째치고 불이꺼져 있어 문서를 읽는데도 무리가 간다는 불만도 나왔다.
심평원 관계자는 "컴퓨터 모니터만 보고 일하는 게 아니라 문서를 봐야할 때는 어두컴컴해서 글자가 잘 보이지 않을 정도다. 집중해서 들여다 봤더니 눈이 아프다"고 말했다.
건보공단 관계자도 "더운건 참겠는데 문서를 읽는데 무리가 간다. 눈이 블랙아웃 될 판"이라고 씁쓸하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