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의 명의를 빌려 한방병원을 개설한 후 허위청구를 일삼은 실질적인 병원장이 덜미를 잡혔다.
이로 인해 명의를 빌려준 한의사는 허위청구에 개입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진료비 환수처분을 받았고, 면허정지처분까지 받아야 할 상황에 직면했다.
서울행정법원은 최근 한의사인 H씨가 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요양급엽용환수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한 사건을 기각했다.
한의사인 C씨는 한방병원을 개설하기 위해 H씨에게 명의 대여를 부탁했다.
두 사람은 선후배 관계였고, 다른 사업을 하고 있던 C씨는 세금 부담을 피하기 위해 H씨에게 개설자 명의를 대여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C씨는 이런 방법으로 2008년 5월 한방병원을 개설하고, 실질적인 병원장으로서 병원 운영 전반을 총괄했으며, H씨는 C씨에게 고용돼 진료 업무를 수행했다.
하지만 C씨는 병원 개설 직후부터 H씨 몰래 보험사기를 하기 시작했다.
C씨는 병원 원무부장 등과 공모해 통원치료를 받은 환자가 입원한 것처럼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하는 방법으로 허위청구를 하다가 적발됐다.
이 때문에 C씨는 8개월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문제는 명의를 대여한 H씨.
건강보험공단은 지난 1월 서류상 병원장인 H씨에게 C씨가 공단으로부터 편취한 요양급여비용 4538만원을 환수하겠다고 통보했다.
이에 대해 H씨는 "병원의 실질적인 운영자로서 이익을 취득한 사람은 원고가 아니라 C씨이고, 원고는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을 사용한 사실도 없어 처분이 부당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나섰다.
하지만 법원은 H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병원의 개설 명의자가 H씨이고, 공단으로부터 편취한 요양급여비용은 H씨 명의로 청구돼 H씨 명의의 은행계좌로 지급됐다"고 환기시켰다.
이어 재판부는 "이 은행계좌로 지급된 요양급여비용이 그 후 C에 의해 사용됐다고 하더라도 건강보험법상 부당이득 징수 처분 대상은 요양급여비용을 지급받은 병원 개설명의자인 원고"라고 못 박았다.
특히 재판부는 "부당이득 징수 처분 대상은 요양기관의 개설명의자가 되는 것이지 그 비용이 실질적으로 누구에게 귀속되었는지 여부는 불문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H씨의 불행은 진료비 환수처분으로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C씨가 진료비를 허위청구했지만 병원 개설자인 H씨는 앞으로 면허정지처분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