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의 사퇴설이 돌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모든 노인에게 기초연금 2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최근 정부는 소득 또는 국민연금과 연계해 소득 하위 70%에게 차등 지급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대통령 공약을 파기한 책임을 지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의 위험천만한 복지정책을 수정하지 않는 한 진영 장관이 물러난다고 해서 해결되는 건 아무 것도 없다. 증세를 하지 않고 대선 공약을 이행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넌센스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7월 발표한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계획'도 기초연금 20만원 지급 공약과 마찬가지로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복지부는 4대 중증질환에 대한 보장성을 강화하기 위해 올해부터 2017년까지 총 8조 99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인데 추가되는 재정 전액을 건강보험에서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건강보험 누적적립금과 보험 재정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게 복지부 입장이다. 하지만 인구 고령화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매년 1.7~2.6%의 보험료 인상과 건강보험 누적적립금으로 엄청난 재정을 충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복지부는 2000년 의약분업을 시행하면서 재정 파탄이 없을 것이라고 큰소리쳤지만 2년도 버티지 못하고 대위기를 자초했다. 그리고는 언론을 동원해 마치 의료기관의 허위청구로 인해 재정 파탄이 초래된 것인양 의료기관을 압박, 쥐어짜기를 시도한 바 있다. 이 때문에 과거의 악몽이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걱정의 목소리가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복지부는 이제라도 보장성 강화대책이 '적정 부담' 원칙에 맞는지 점검하고 과감하게 궤도를 수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