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증법.
민주당 최동익 의원이 지난 7월 발의한 국민건강보험법 개정법률안을 일컫는 말이다.
요양기관이 진료 전 환자의 건강보험증 또는 신분증명서를 확인해 건강보험 가입자 또는 피부양자가 본인인지 확인하도록 하고, 이를 위반하면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것이 골자다.
법안 발의와 동시에 의료계와 시민단체는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의료계는 건강보험 자격확인 업무와 책임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있고, 본인확인 절차로 인한 행정업무 지연으로 환자에게 불편이 돌아가며, 행정 업무 과중으로 인한 인력 부담 등을 반대 이유로 들고 있다.
시민단체는 돈이 없어 진료를 받지 못하는 의료보장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의료접근권을 박탈하려는 것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빈곤층 중 건강보험료를 6개월 이상 체납해 급여혜택을 받지 못하는 200만 세대에게 의료급여를 확대하거나 건강보험료를 면제하는 지원대책이 먼저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최근 신분증법을 주제로 건강보험법률포럼이 개최한 세미나에서 법조계 관계자들은 법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사실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고 그 혜택을 부당하게 받는 사람들에 대한 제제가 필요하다는 단순한 사실만을 놓고 본다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주장이다.
건보공단 김종대 이사장이 말하는 현실을 보면 더 쉽게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다.
그는 "지난해 무자격자 진료비로 113억원이 나갔다. 요양기관과 가입자의 부당청구 및 부정수급액은 총 2364억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발각된 게 그 정도지 건강보험증을 확인하지 않으니 얼마나 더 있는지 모른다. 방학을 맞아 영주권을 가진 사람들이 국내로 들어와 친인척 주민등록번호를 대고 진료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여러 이해당사자가 얽히고 설키면서 확실한 문제점에 대한 해결책 내놓기는 어려워진다.
의료계는 공단의 책임이라고 주장하고, 공단은 사후관리 탓이라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청구 심사권 이관을 얘기하고 있다.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병원을 찾은 환자에게 책임을 묻는 사람은 또 없다.
법률세미나에 참석한 법조계 관계자들도 법안에 담긴 과태료 처벌에 대해서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며 신중론을 펼치기도 했다.
문제점을 공유했다면 이제는 해결을 위해 각 이해당사자가 양보하며 이야기를 시작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