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아온 보건소 공중보건의사가 허위 처방전을 발급하다가 중형을 선고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또 해당 보건소와 자치단체는 공보의의 비위행위로 인해 과징금을 물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서울행정법원은 최근 복지부가 철원군과 철원군보건소에 대해 9522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이 사건은 2008년경 철원군보건소에 근무했던 이모 공보의가 제약사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으면서 시작됐다.
이씨는 의약품을 처방해준 대가로 리베이트를 받고, 실제 진료를 받지 않은 환자들이 진료를 받은 것처럼 허위 진료기록을 작성하고, 처방전을 허위로 작성해 인근 약국에 제출해 처방을 받았다.
이런 방식으로 2008년 8월부터 2009년 11월까지 공단이 약국에 지불한 약제비만도 3737만원에 달했다.
리베이트에 대한 보은 차원에서 허위처방전을 발급한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이씨는 2010년 서울고법으로부터 징역 2년 6개월, 벌금 3500만원형을 선고받았고, 상고를 포기하면서 판결이 확정됐다.
그러자 복지부는 철원보건소에 대한 현지조사에 착수해 이씨의 비위사실을 확인하고, 보건소에 대해 9522만원의 과징금처분을 내렸다.
이에 대해 철원군보건소는 "이씨의 범죄행위를 발견하지 못해 철원군에 의료급여비용을 부담하게 했을 뿐이며, 보건정보시스템의 내과진료프로그램의 특성상 보건소가 이씨의 범행을 발견하지 못한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철원군보건소가 허위청구를 통해 철원군에게 급여비용을 부담하게 했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서울행정법원은 철원군보건소의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과징금 액수가 너무 과도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보건소장은 소속 직원을 지휘 감독할 의무가 있고, 비위행위 중 약국약제비를 제외한 급여비용 21만원은 보건소의 다른 직원들이 청구했기 때문에 보건소에서 의무 해태를 탓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다시 말해 과징금 처분 사유가 인정된다는 것이다.
다만 법원은 "이 사건 처분으로 철원군이 입게 될 불이익이 공익보다 더 큰 것으로 보여 비례의 원칙에 위배된다"면서 과징금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이씨의 비위행위로 인해 급여비용을 부담하게 된 철원군이 과징금까지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에 과징금 액수를 정할 때 이런 특별한 사정을 고려해야 한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법원은 "이 사건 비위행위가 이씨의 단독범행이었고, 의사만 내과진료프로그램에 접속할 수 있도록 설계돼 범행을 적발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어 보건소의 고의 내지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설령 과실이 인정되더라도 그 정도가 크지 않다"고 환기시켰다.
이와 함께 이씨의 비위행위로 인해 부당하게 지급된 급여비용 3787만원 중 약국약제비를 제외하면 보건소에 귀속된 금액이 21만원에 불과함에도 9522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 역시 지나치게 과중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