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안된다고 했다. 더 이상은 무리라고 했다. 하지만 아무도 막지 못했다.
서남의대가 브레이크 없이 질주하고 있다. 교육부의 엄포도, 의학계의 경고도 통하지 않는다.
실습 교육 부실 문제로 134명의 학위 취소라는 초유의 사태를 일으킨 서남의대. 하지만 버젓이 2014년 신입생 모집 공고를 내걸었다. 베짱도 이런 베짱이 없다.
이 134명이 누구인가. 생명을 살리는 의사가 되겠다는 청운의 꿈을 안고 정부가 인가한 의과대학에 입학해 학업에 매진한 의학도들이다.
그렇게 졸업장을 받아들고 수많은 의료계의 편견에 맞서며 이를 이겨낼 무기를 갖기 위해 인턴과 레지던트로 수련을 받던 이들이다.
그러한 그들이 졸업장을 반납할 위기에 놓였다. 더욱이 엉망진창으로 망가진 교육 시스템으로 모교는 폐쇄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 지고 있다.
누가 이들의 꿈을 망쳤는가. 이 물음에 가슴이 찔려야할 수많은 기관과 단체가 있겠지만 주범은 바로 이를 이용해 사욕을 챙기던 대학과 해당 대학의 재단이다.
이러한 가운데 언제 없어질지 모르는 대학이 신입생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목소리를 낸 것은 또 다시 의학계다. 한국의학교육협의회와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등은 성명서를 통해 이를 비판하고 공론화에 성공했다.
누가 봐도 말도 되지 않는 처사이기에 의료계 모두가 공분하고 있다. 당연한 일이다. 전문과목 교수들도 채우지 못한 상황에서 또 다시 의학교육을 하겠다고 신입생을 뽑는 일이 가당키나 한 일인가.
언제 추락할지 모르는 고장난 비행기에 승객을 속여서 태우는 것이라는 의교협의 주장은 그래서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정부는 또 다시 소를 잃어야 외양간을 고칠 모양이다. 이미 10년전부터 의료계가 서남의대 교육 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했지만 지난해에 이르러서야 감사를 시행했던 교육부다.
그나마 학교 폐쇄까지 언급하며 강수를 뒀기에 외양간이라도 제대로 고치나보다 했다.
하지만 이번 신입생 모집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시 10년전으로 후퇴했다. 관련 법령에 의거해 교육부가 나설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법령은 사회를 이루는 기틀이기에 이를 준수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없어질지도 모르는 학교에 의사의 꿈을 안고 입학하는 또 다른 희생자를 바라보고만 있는 것이 명분을 얻을 수는 없다.
교육부는 이미 서남의대가 제기한 1심 판결이 끝나는 대로 학교 폐쇄를 기정사실화 했다. 정부가 그렇게 좋아하는 '선시행 후보완'. 왜 이번에는 예외인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