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수로서 해당 학회의 회원 자격을 상실한 것은 학자 입장에서는 사형선고에 해당되는 중대한 사안이다.
앞으로 송 교수는 국내에서 자신의 논문을 발표할 자격이 없어진다. 해외에 발표할 수는 있겠지만 동료평가를 중요시하는 외국 학회의 권위와 운영기준을 볼 때 송 교수의 논문을 인정해 줄지 의문이다.
전문직업성(professionalism)이 제대로 발달하지 못한 대한민국에서 이를 지키는 일이 얼마나 어렵고 중요한 일인지 각인시켜준 기념비적인 일이라고 의미를 두고 싶다.
이번 대한심장학회 윤리위원회에서 결정한 제명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수술을 하지 않아도 되는 환자에게 수술을 했다는 윤리적인 부분과 둘째, 정부가 고시를 통해 막은 시술을 현재도 과학적 검증 없이 계속하면서 대외적으로 자신의 정당성을 공공연히 말하며 의사의 품위를 훼손하고 학회와 의사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한 점이다.
의사가 전문가(professional)로서 갖추어야 할 두 축을 꼽으라고 하면 하나는 자율교육이고, 다른 한 축은 자율정화이다. 평생 전문지식을 습득하고 연구 발전시키고 의학적 전문성을 유지하기 위한 자율정화의 기능을 지켜가야 한다.
자율정화를 이루어가는 방법 중 대표적인 것이 동료평가제도이다.
동료평가(Peer Review)란 정확한 전문지식과 술기를 잘 알고 있는지, 이를 적절하게 적용하여 진료하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것을 말한다. 전문성과 질을 유지하고 환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전문가집단이 할 수 있는 고도의 자율행위이다.
국가에 따라서는 진료기록을 잘 하고 있는지도 살펴보고 환자를 대할 때 적절한 매너를 가지고 진료를 하는지도 평가한다. 전문직업성을 유지하기 위한 중요한 조절기능이라고 하겠다.
하지만 막상 동료를 평가하는 것과 평가에 따른 시정요구와 징계 등의 결정을 내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나 가족적인 유대감이 두터운 우리나라 정서를 감안할 때 이번 결정은 가히 파격적인 용단이 아닐 수 없다.
동료들의 용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송 교수는 학자로서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제명처분 결정을 피할 길은 없었을까?
무엇보다도 이러한 비극적인 결과의 원인으로 송 교수가 그 동안 취해온 행동을 지적하고 싶다. 송 교수는 의사로서 전문직업성을 지키기 위한 용기가 부족했었던 것 같다.
지난 4년간 심장학회 동료들은 송 교수가 하고 있는 수술의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지적해 왔지만 송 교수는 동료들의 진심 어린 동료평가 결과를 무시해 왔다.
문제를 제기한 동료들의 충언과 동료평가에 대해 겸허한 마음으로 정말 문제가 있는 것이지 확인하려는 용기를 내지 못했었던 것 같다.
이에 해당 학회는 지난 2013년 5월 전체 이사회에서 징계 심의를 결정했다. 6개월간 윤리위원회는 송 교수에게 소명자료 제출 등 과정을 거쳤다.
하지만 막상 징계 심의 결정이 내려지자 송 교수는 6월에 스스로 회원 탈퇴를 신청하고 수술을 계속 했다. 해당 학회는 이런 송 교수에게 학회원 제명이라는 중징계를 내린 것이다.
의사들은 전문가로서 만약 동료들의 평가에서 진료나 수술방법 등에 문제가 발견되면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일단 문제가 되는 시술이나 치료법을 중단하고 재검토해야 한다.
동료들과 함께 어떤 것이 문제가 되는지 파악하고 보완 혹은 개선하는 것이 의사로서 전문직업성을 지키고 환자를 보호하는 일이다.
만약 수술 적응범위를 자신의 연구나 업적, 이해상충(COI, Conflict of Interest)문제 때문에 넓게 잡았다면 비윤리적인 행위이다. 잘못된 수술 적용을 하거나, 더 나은 치료법이 있는데도 한 가지 수술만 고집하거나 수술의 적용 범위를 넓게 잡게 되면 환자에게 큰 피해가 가게 된다.
의료윤리 4원칙(자율성의 원칙, 악행금지의 원칙, 선행의 원칙, 정의의 원칙) 중 환자에게 해를 끼치지 말라는 악행금지 원칙을 어기는 것이다. 게다가 카바수술에 사용되는 의료기구와 소속된 의료기관의 비호 등 복잡한 이해상충의 문제가 얽혀있다.
이런 일들이 반복될 때 환자들의 생명과 건강이 위협 받게 된다. 의사들의 전문직업성은 점점 위협을 받게 되고 환자들로부터 신뢰를 잃어버리게 된다.
혹 자신의 지식과 술기가 뛰어나고 확신에 차 있을지라도 동료들의 평가에서 문제가 발견되어 지적되었다면, 동료평가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문제를 해결해가는 의사가 윤리적인 의사이고 진정한 전문가(professional)로서 취할 자세다.
이러한 과정이 잘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평가 대상자나 동료를 평가하는 사람이나 전문직업성을 지키려는 용기가 필요하다. 자신을 돌아보고 진실을 추구하는 진정성이 바탕에서 작용할 때 의료 전문직업성은 빛을 발하게 된다.
전문직업성이 바로 세워질수록 국민의 생명이 보호되고 의사들의 전문가적 권위와 신뢰가 높아질 것이다.
환자의 생명과 전문가의 역량을 지키기 위해 힘들고 용기 있는 결정을 내린 대한심장학회에 찬사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