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입가경(漸入佳境).
현재 관동대 의과대학을 표현하는데 이만한 단어도 없을 듯 싶다.
불과 몇년 만에 부실의대라는 주홍글씨가 깊게 새겨진 관동의대.
학생들은 이 병원 저 병원을 전전하며 떠돌이 수업을 받고 있고 교수는 30여명 밖에 남지 않았다. 의대 신설 부대조건을 지키지 않아 입학정원은 반토막이 날 지경이다.
이 모든 난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부속병원이 필수적이지만 이미 돈줄이 막혀버린 재단으로서는 요원한 일이다.
야심차게 추진했던 프리즘병원 인수는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해 손놓고 포기해야 했고 일부 부도 직전의 중소병원들을 노크했지만 자본없이는 이마저도 그림의 떡이었다.
그래서일까. 최근 들어 급격하게 관동의대와 관련한 루머들이 생산되고 확대되고 있다. 대부분 '카더라' 수준의 루머들이지만 아니땐 굴뚝에 연기날리 없다는 격언도 있다.
이 중 대부분이 관동의대의 거취와 관련된 루머들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미 손 쓰기 힘들만큼 자금난에 빠진 관동의대에 군침을 흘리고 있는 곳이 많다는 방증일 것이다.
사실 의과대학은 희소성과 특수성 때문에 누구나 눈독을 들이는 단과대학이다.
학교재단으로서는 대학의 위상을 크게 올릴 수 있으며 의료재단은 단번에 대학병원으로 발돋음 할 수 있다. 유동성이 풍부한 재단에서 탐을 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이러한 이유에서 최근 관동의대를 둘러싼 루머들을 보면 마치 의대가 경매장에 올라간 듯 하다.
얼마를 제시했다더라는 액수가 나오는가 하면 구체적인 조건까지 공개되며 일부 재단들간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일부 집단들이 동원되고 비방전이 펼쳐지기도 한다.
물론 학교재단간 통합이나 일부 학교재단의 인수 사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일례로 고려대 의과대학은 우석대 의과대학이 전신이다.
문제는 이러한 사안들이 철저한 자본 논리로 재단의 결정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는데 있다.
실제로 최근 관동의대가 추진중인 강릉의료원 인수나 분당제생병원과의 협력병원 협약, 또한 모 재단과의 협상 등은 학생들은 물론, 교수들에게까지 철저하게 비밀로 유지된 채 재단이 독단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학교법인을 사기업으로 여기는 사고에서 비롯된 일이다.
하지만 대학은 지분구조에 의해 오너가 결정되는 기업이 아니다. 재단과 교수, 학생들이 함께 만들어 가는 공동체로 재단은 그 공동체의 운영을 책임지는 주체일 뿐이다.
공부에 매진해야 할 학생들이 거취를 불안해 하며 방치되고 있다는 것 만으로도 이미 재단은 운영의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이러한 학생들을 볼모로 대학에 가격을 매기는 것 또한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정부가 하루 빨리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현 상황을 파악하고 조치를 내릴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경매장에 올라와 불안감에 떨고 있다. 그것도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수재들이다. 그들의 죄는 정부가 인가한 의과대학에 입학한 것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