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이 카메라 세례를 받고 있다. 무슨 죄라도 지은 걸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다. 쌍벌제 이후 의사 대상 제약사 세미나 자리에서 흔히 벌어지고 있는 장면이다.
불법과 합법의 경계가 애매한 쌍벌제 시대에 제약사들이 '우리 정당하게 마케팅 했어요'라는 증거물을 남기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의사들은 소규모 모임 세미나에서 더 많은 카메라 세례를 받는다.
의사-제약사가 은밀한 모임을 갖는 게 아니냐는 오해 소지를 없애기 위해서다.
기자와 최근 만난 내과 개원의 A씨는 요즘 제약업계가 얼어 있다는 표현을 썼다.
제약사들이 새해 들어 서로 어떤 마케팅을 하는지 눈치만 보고 있어 정당한 영업조차 못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한 것이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움츠려 들고 있다.
A씨는 "정당한 프로모션 세미나에 참석해도 제약사 직원들이 증거를 남긴다고 사진을 여기저기서 찍는다. 이해는 하지만 동물원 원숭이가 된 것 같아서 기분이 상하기도 한다. 정당한 세미나인데 몰래 하는 기분"이라고 토로했다.
제약사에게 사진을 찍히고 있는 의사들. 그리고 서로 지나치게 눈치를 보며 마케팅을 잠정 중단하고 있는 제약업계.
리베이트를 없애겠다고 시작된 쌍벌제가 정당한 마케팅마저 오해와 불신으로 몰아가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