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중한 접근을 주문하며 소극적인 반응을 보임에도 불구하고 건강보험공단이 담배소송을 진행해 나가기로 최종 결정했다.
건보공단은 24일 이사회를 열고 '흡연피해 손해배상 청구 소송제기안'을 심의․의결하고 '담배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고 같은날 밝혔다.
소송 규모만도 최소 130억원에서 최대 3326억원이다. 소송 시기는 확정하지 않았다.
15명의 이사 중 13명이 참석해 다수결로 진행된 의결 과정에서 정부 측 관계자인 보건복지부와 기획재정부 이사는 찬성을 하지 않았다.
김종대 이사장은 "(정부 측 이사는) 반대입장이기 보다는 승소 가능성 등을 높이기 위해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취지에는 공감했다"고 설명했다.
건보공단은 우리나라 법원에서 흡연과의 인과성을 인정한 폐암(소세포암)과 후두암(편평세포암) 환자에 초점을 맞춰 소송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건보공단은 "소송 시기는 확정하지 않았다. 우선 내부 변호사와 외부 전문변호사로 구성된 소송대리인단을 구성해 빠른 시일 내에 소를 제기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함께 건보공단은 담배사업자 수익금의 일부를 흡연피해 치료비에 사용하도록 하는 법안, 손해 및 인과관계 입증책임 완화 등을 골자로 하는 담배소송법 입법을 병행 추진할 예정이다.
건보공단은 흡연이 건강보험 재정 누수의 한 원인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2011년 기준으로 흡연 때문에 나가는 건보재정은 1조7000억원에 달하며 이는 국민들이 내는 1개월치의 보험료, 수가 6% 인상이 가능한 재원에 버금간다.
이같은 건보공단의 방향에 시민단체들도 적극 지지의 입장을 보내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성명을 내고 "담배 때문에 생긴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국민이 납부한 보험료가 사용된다. 건보 재정을 보전해 비흡연자의 보험료 부담을 완화하고, 흡연피해 치료비는 물론 예방과 금연치료에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미 여러 연구결과에서 담배가 건강에 미치는 위해성이 검증되고 있다. 국민건강을 위한 담배 소송은 추진해야 한다. 상대적으로 느슨한 담배관련 규제들도 재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금연운동협의회도 성명을 통해 "흡연으로 인한 건강보험의 손실액이 없다면 추가 재정 투입 없이도 4대 중증질환을 보장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담배회사는 담배의 폐해를 알고 있음에도 교묘하게 숨기고 있다. 담배 소송 과제를 새해 중요한 사업으로 하고, 국민건강을 위한 하나의 획을 긋는 역할을 기대한다"고 말을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