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노환규 회장이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수가 10% 인상을 제안했다"고 발언한 게 알려지면서 의정 협상이 중단되는 파국을 맞고 있다. 이미 의협이 해명 보도자료를 낸 것처럼 이번 사건은 해당 언론사가 문제가 된 발언을 기사에서 삭제하고, 유감을 표명하면서 단순한 해프닝으로 일단락됐다. 이에 따라 의정 협상 채널인 의료발전협의회가 조만간 재가동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노 회장의 인터뷰를 다시 거론해 잘잘못을 따지고 싶지는 않다. 다만 의협이 점점 더 노환규 회장 '1인 회사'로 전락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의협을 지켜보면 노환규 회장이 거의 모든 언론 인터뷰를 소화하고 있다. 기자회견도 모두 노 회장이 직접한다. 참모는 많지만 그를 대신할 사람은 없다.
지난 12일 새벽 전국의 의료계 대표자들이 총파업을 선언하던 날, 당시 결의문 문구도 노 회장이 직접 작성했다. 300여명의 대표자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노 회장이 직접 노트북으로 문구를 다듬었고, 핵심 참모들은 그저 뒤에서 바라볼 뿐이었다. 낯선 풍경이었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의료계가 3월 3일 총파업을 선언했지만 민초 의사들은 의협의 최종 목표가 무엇이고, 어떻게 그 목표를 달성할 지 모른다. 모든 게 노 회장의 머릿속에 있는 듯한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의협은 건강보험제도를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개혁방안은 노 회장의 페이스북에만 있다. 이런 투쟁이 성공할 수 있을까?
문구를 작성하는 것조차 믿고 맡길 참모가 없으니 노 회장이 직접 인터뷰에서부터 모든 것을 다해야 한다. 의협이 '1인 회사'로 전락하는 것은 의료계의 비극이다. 이 역시 지도자가 해결해야 할 몫이다. 실무진의 실수는 쉽게 덮을 수 있지만 수장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이 이번 인터뷰 논란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