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찾은 중증 외국인 환자의 성공적인 치료사례가 쌓이면서 전 세계에 국내 의료진의 의학기술이 빛을 발하고 있다.
4일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말기신부전으로 생명이 위독한 아랍에미레이트(UAE) 환자가 국내 의료진의 치료를 받고 회복했다.
특히 아랍에미레이트는 물론 다른 나라 의료진들도 포기한 중증환자로 다시 한번 국내 의학기술의 우수성을 입증했다.
4일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이번에 치료를 받은 UAE 군인 출신인 술탄 씨(Sultan Salem Abdullah Al-Zaabi, 58세, 남)는 평소 고혈압과 비만으로 2009년부터 만성신질환을 앓아왔다.
허혈성심질환은 심장 근육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는 혈관에 지방질이 쌓여, 혈관이 좁아지는 질환이다.
그는 지난 2010년 극심한 가슴 통증을 동반한 허혈성심질환으로 관상동맥우회술을, 2011년에는 관상동맥중재술을 받았다.
하지만 그의 신장 기능은 더욱 나빠져 2012년 3월부터는 혈액투석을 받기 시작했고, 급기야 말기신부전 증상이 나타난 것.
아랍에미레이트의 자이드 군병원(Zayed Military Hospital)은 신장이식을 권했지만, 술탄 씨의 국가에는 신장이식을 하는 의료기관이 없었다.
그는 지난 해 4월, 중국 소재 모 대학병원에 신장이식 가능 여부를 물었지만 그의 심장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어렵다고 답했다.
이때 아랍에미레이트의 의료진이 서울대병원 의사를 소개했고, 그는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방한해 치료하기로 결정했다.
서울대병원은 지난해부터 UAE 국방부와 협약을 맺고, 군인을 비롯한 자이드 군병원 환자들 중, 현지 치료가 불가능한 환자를 치료 중이다.
술탄 씨의 요청이 들어오자 서울대병원 장기이식센터 의료진들은 한자리에 모여 그의 치료방법에 대해 논의했다.
장기이식센터 양재석 교수는 아버지와 아들의 수술 전 신장상태 평가와 이식 후 관리를, 비뇨기과 정창욱 교수는 아들의 신장 적출을, 외과 민상일 교수는 적출된 신장의 이식과 이식 후 관리를 맡으며, 긴밀한 협진을 진행했다.
그 결과 지난 2월 6일, 수술실로 향한 술탄 씨는 성공적으로 수술을 받고 같은 달 27일에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했다.
술탄 씨는 "한국에 대해 잘 몰랐지만 아랍 현지 의사들의 권유로 결정했다"면서 "한국에서 치료 받는 동안 숙련된 의사들의 긴밀한 공조와, 신속한 진료절차, 국제진료센터의 친절한 서비스에 감동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의 수술을 맡은 양재석 교수는 "술탄 씨는 심장질환의 기왕력을 가진 환자로 신장이식 수술 준비가 쉬운 케이스는 아니었지만 각 과의 협력을 통해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민상일 교수 또한 "성공적인 이식이다. 이식된 신장이 기능을 잘 하고, 환자 상태도 좋다"면서 "향후 건강관리와 면역억제제 복용, 외래진료도 중요한데, 자이드 군병원과 원격진료가 가능해, 추후 관리도 잘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