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협회 106년 역사상 '회장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지난 19일 열린 의협 임시총회에서 참석 대의원 178명 중 136명(76.4%)이 노환규 회장 불신임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반대는 40표, 기권은 2표이다. 대의원회는 경호요원을 배치해 노환규 회장 출입을 차단하면서 친노와 반노 사이 충돌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대의원회 변영우 의장은 불신임안 가결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의협 회장 직인과 발인을 봉인하고, 60일 이내 보궐선거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노환규 회장은 임총 시작 80분 만에 10만 의사 수장에서 일반 의사로 격하된 셈이다.
의협 회장 불신임안 상정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6년 10월, 당시 장동익 회장은 회비 횡령과 로비 의혹 등으로 대의원회 임총 불신임안에 이름을 올렸다. 장 회장은 불신임안 부결로 기사회생했으나 다음해 3월 로비의혹 파문으로 자진 사퇴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노환규 회장 불신임의 경우, 개인적 비위와 거리가 멀다.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노환규 방식의 불통'이다. 대정부 투쟁 의사결정 과정 중 시도 회장들과 잦은 마찰과 일방적 회무 운영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대의원들의 낡은 구태를 개선한다는 노 회장의 신념이 대의원들에 의해 끌려 내려 온 형국이다.
이번 임총 결과는 노 회장의 패배도, 대의원회의 승리도 아니다. 의사협회의 맨살을 외부에 드러낸 부끄러운 자화상일 뿐이다. 3·10 총파업 투쟁에서 드러났듯이 전공의 등 젊은 의사들이 세상을 움직이는 동력으로 변했다. 노 회장의 이상이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비판이 높으나, 기득권에 경종을 가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제 분열이 아닌 침묵하는 민초 의사들이 의업을 충실히 수행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의료계 지도자들이 해야 할 최우선 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