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전공의협의회 임원이 최근 대한항공의 땅콩 리턴 사태를 빗대 수련병원에서 일어나고 있는 부조리를 꼬집어 화제가 되고 있다.
이른바 땅콩 교수들이 전공의들을 핍박하는 것과 의료체계 자체를 막무가내로 리턴하고 있는 정부가 이와 다를 것이 무엇이냐는 비판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이승홍 부회장(서울시 은평병원)은 최근 '의료계도 땅콩리턴을 하고 있다'는 글을 통해 이같이 비판하고 수련제도를 중심으로 의료 전반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최근 대한항공 오너가의 한 사람이 땅콩 문제로 비행기를 리턴시키면서 '땅콩 리턴'은 이제 거의 고유 명사가 되고 있다"며 "외국에서는 기상천외한 일로 웃음거리가 된 사건이 한국에서는 국민적 공분을 자아낸 점은 흥미로운 부분"이라고 운을 띄웠다.
이어 그는 "특히 사건이 일어난 후 사측이 보여준 후속 대응 역시 참담하면서도 한국에서는 익숙한 풍경이었다"며 "사건 은폐를 시도하고 유출자를 찾기 위해 개인정보를 뒤지는 것도 모자라 거짓 진술을 강요하지 않았느냐"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나라 수련병원에서도 이같은 일은 익숙한 일이라고 비꼬았다. 비단 땅콩 리턴 사건이 특이한 일도 아니라는 것이다.
이승홍 부회장은 "오리발, 입단속, 조직적 외압 등은 권력을 가진 가해자들이 상습적으로 쓰는 '매뉴얼'인 것 같다"며 "대전협 임원으로 전공의 관련 민원을 다루다보면 땅콩 리턴과 비슷한 장면을 수도 없이 목격하게 된다"고 꼬집었다.
폭언과 폭력을 행사하고도 발뺌을 하거나 적반하장으로 직·간접적인 압력을 행사하는 '땅콩 교수'들이 수도 없이 많다는 증언이다.
이 부회장은 "말도 안되는 폭언과 폭력을 일삼는 땅콩 교수들이 부당행위를 정당화하는 핑계는 늘 똑같다"며 "생명을 책임지는 일이기에 책임감을 강조하기 위해 그랬다는 것이 주된 레퍼토리"라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시야를 조금만 넓혀보면 땅콩 리턴과 같은 사건들이 수련병원 내에서 비일비재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전공의 근무시간을 단축하랬더니 조작된 수련현황표를 만들게 하는 것도 결국 그러한 문제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특히 그는 이러한 문제들이 일선 수련병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정부 또한 의료체계를 막무가내로 리턴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부회장은 "정부가 의료인들이 줄기차게 반대하고 있는 원격의료를 집착스럽게 강요하고 있다"며 "또한 왜곡된 의료 체계에 대해 전문가들이 아무리 호소를 해도 오히려 엉뚱한 곳으로 더욱 더 끌고 가고 있는 것이 정부"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그는 "이러한 고집을 대하다 보면 어쩌면 우리가 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땅콩 항공에 탑승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며 "엉뚱한 항로로 의료체계의 방향을 돌리는 정부에게 승객의 안전을 책임지는 의료인들이 무릎 꿇고 빌기만 해야 하는 것인지 궁금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