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제약협회 이사장단은 이사회 개최시 무기명으로 '협회 회원사 중 불법 리베이트 행위가 여전한 것으로 추정되는 제약회사 3개'의 명단과 그 이유를 적어내는 방안에 합의했다.
다수 이사사에 지적된 회사에 대해선 일차적으로 제약협회가 비공개 경고하고 그럼에도 불공정거래행위를 지속되다 사법당국에 적발될 경우 협회 차원에서 가중처벌을 탄원하겠다는 계획이다.
공정하고 투명한 유통질서 확립을 위해 제약사들 스스로 업계 내부의 자율감시활동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다.
업계의 치부를 스스로 파악하고 도려내겠다는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어쩌다 제약업계가 서로를 감시해야 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는지 답답한 생각도 든다.
리베이트 쌍벌제, 리베이트 적발 품목 약가인하, 리베이트 투아웃제 등 불법 리베이트 근절에 대한 정부의 규제와 처벌은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최근 복지부는 리베이트로 적발된 약제에 대해 약가인하에서 한층 무거운 급여퇴출을 적용키로 했다.
복지부의 의지만 있는 것은 아니다. CP(Compliance Program. 공정거래 자율준수프로그램)은 이미 제약사들의 중요한 기업활동으로 자리잡았고 그런 노력들이 서서히 인정을 받고 있다.
업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제약협회가 '무기명 제보'라는 초강수를 들고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그 배경에는 일명 '미꾸라지 제약사'가 자리잡고 있다.
사람들은 대상에서 받는 가장 중요한 인상 가장 강하게 느낀다. 특히 충격적, 파격적, 적법하지 않은 것에 대해 유독 강한 인상을 받기 마련이다.
수많은 제약사들의 CP 활동과 유통구조 개선 노력에도 불구하고 유명 인터넷 포털에 '제약'이란 단어를 치면 연관 검색어로 '리베이트'가 나오는 것은 제약업계가 그동안 보여줬던, 그리고 보여주고 있는 지배적 인상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지난 일이야 어쩔 수 없다치고 현재 일부 제약사의 여전한 행태로 인해 업계 전체가 아직까지 부정적인 인상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실제로 일부 제약사는 신규 제네릭 시장에서 자사약 매출 증대를 위해 처방액의 20%를 리베이트로 지원하거나 매출 발생 첫 석달간 100대 300(처방액의 3배)를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상도와 질서는 외면한 채, 나 혼자 살자고 흙탕물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은 일부 제약사의 행태로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과거 제약업계가 관행처럼 여겼었던 리베이트의 잔상이 기억 속에 남아있는 상태에서 일부 제약사의 행태는 업계 전체의 지배적 인상으로 인식될 우려가 높은 것이다.
그래서 제약협회도 읍참마속(泣斬馬謖)의 심정으로 칼을 빼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분명 그 칼은 누군가를 향하게 될 것이다.
업계 내에서 기업이 기업을 감시한다는 것은 불신을 조장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반드시 바람직하다고 볼 수 만은 없다. 그러나 제약업계의 신뢰를 일으켜 세우기 위해선 불가피한 선택인 셈이다.
제약협회의 읍마참속은 단순히 업계의 물을 흐리는 제약사에 대한 감시활동을 하겠다는 의미만은 아니다.
제약업계의 건전하고 건강한 발전을 저해하고 국민 건강과 국가 발전에 해악을 미치는 기업이 더 이상 발을 붙일 수 없게 만들겠다는, 뼈를 깎는 각오임을 '미꾸라지 제약사'들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