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때문에 평소 복용하던 고혈압약을 끊은 상태가 방치돼 합병증을 얻은 환자에게 의료진이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판사 원정숙)은 최근 허리통증으로 치료 받던 중 사망한 환자와 그 가족이 서울 A병원 김 모 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손해배상 금액은 5472만원이며 책임비율은 50%였다.
환자 정 모 씨는 허리통증으로 A병원을 찾았고 수술을 받기로 했다. 평소 정 모 씨는 고혈압과 당뇨병으로 '크레인정'을 복용하고 있었다.
정 씨는 평소 다니던 내과에서 수술 일주일 전부터 크레인정 복용을 중단하라고 해서 약을 복용하지 않았다.
수술 하루 전 정 씨는 심장초음파 받았는데, 정밀검사 후 수술을 진행하라는 결과가 나왔고 수술은 결국 열흘 더 미뤄졌다.
그런데 수술 당일 오전 정 씨에게 의식변화가 나타나 수술을 결국 못하고 K대학병원으로 전원했고, 뇌경색 진단을 받았다. 고혈압약을 장기간 복용하지 않아 합병증이 온 것.
정 씨와 가족은 김 원장이 투약지시 상의 과실이 있고 설명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과정에서 정 씨는 폐렴으로 인한 호흡부전으로 결국 사망했다.
법원은 유족 측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며 김 원장의 과실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약물복용 중단 기간이 약 5일은 넘었다면 혈액순환장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의료진은 환자에게 다시 약물을 복용토록 지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원장은 수술 일주일 전부터 정 씨가 크레인정 복용을 중단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 예정된 정형외과적 수술이 연기 됐음에도 뇌경색이 발병할 때까지 크레인정 복용을 지시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즉, 정 씨는 수술날짜를 기다리다가 혈액순환 호전 약물인 크레인정을 복용하지 못했고 기존 질환인 고혈압, 당뇨 등으로 인한 혈액순환 장애가 악화돼 뇌경색이 발생했다는 것.
재판부는 "크레인정 복용 중단으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설명했다는 증거가 없다"며 정 원장의 설명의무 위반을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