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를 임신했기 때문에 제왕절개 분만을 해야 한다는 의사의 말을 듣지 않고 자연분만을 고집했다 한 명의 아이를 잃은 부모가 의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산부인과 의사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8민사부는 최근 쌍둥이를 출산 했다 한 명을 잃은 부모가 서울 A산부인과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산모는 인공수정으로 쌍둥이를 임신하고 임신 6주째부터 A산부인과에서 산전 진찰을 받아왔다.
임신 31주째 초음파 검사 결과 쌍둥이 중 첫째는 둔위, 둘째는 횡위인데다 예상체중도 각 1.4kg, 1.3kg으로 저체중아 소견을 보여 의료진은 상급병원인 B병원으로 전원하기로 하고, 진료의뢰서까지 작성해줬다.
둔위는 태아의 엉덩이부분이 아래쪽에 위치한 자세고, 회위는 태아가 옆으로 누운 듯이 위치한 자세다. 태아의 머리가 아래쪽에 위치한 게 이상적인 자세다.
B병원 의료진은 쌍둥이는 38주 경에는 분만을 해야 하고 제왕절개 수술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그러나 이들 부부는 더이상 B병원을 찾지 않고 A산부인과 의원을 내원해 계속 자연주의 분만을 희망했다. 양막이 파열되고 출산이 임박하자 산모는 또 A산부인과를 찾았다.
탯줄 일부가 빠져나와 의료진은 내진을 했고 자궁경부가 완전히 열린 상태에서 첫번째 아이의 엉덩이가 회음부 밖에서 보이기 직전까지 하강한 상태임을 확인했다. 이 때도 산모는 자연분만을 고집했다.
A산부인과 의료진은 제대압박을 예방하기 위해 고양이 자세를 취하게 했다. 그리고 태아를 자궁안으로 거상시키고 빠져나온 제대를 밀어넣었으며, 손으로 아이가 밀려내려오는 것을 막았다. 의료진은 회음절개술을 시행해 첫번째 아이를 질식 분만하고 둘째 아이는 30여분 후 자연분만 했다.
첫번째 아이는 분만 후 대학병원으로 전원했지만 허혈성 뇌병증 후 심부전으로 사망했다.
아이의 부모는 ▲분만 전 자연주의 분만을 선택한 과실 ▲분만 중 응급분만 지체한 과실 ▲분만진행 경과관찰상 과실 ▲분만 후 망아의 저산소증 상태를 악화시킨 과실 ▲전원의무 위반 ▲설명의무 위반 등을 주장하며 A산부인과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인제대 상계백병원, 강남차병원, 대한의사협회 진료기록감정촉탁 등을 인용해 병원 손을 들었다.
재판부는 "임신 31주에 A산부인과 의료진은 특졍 병원을 지정하면서까지 전원을 권유했고 진료의뢰서도 작성했으며, 제왕절개수술을 여러번에 걸쳐 권유했다"며 "자연주의 분만을 고집한 것은 산모 측"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분만 과정에서도 의사가 제왕절개 수술을 거부하고 자연분만을 고집했다는 점을 인정할 자료가 없다"며 "이 때도 산모 측이 자연분만을 고집했다는 A산부인과 측 주장이 오히려 설득력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산모가 끝까지 수술을 동의하지 않으면 의사가 강압적으로 수술을 시행할 수 없다.
상급병원으로의 전원도 아이의 부모들 때문에 늦어진 것이라고 했다.
재판부는 "의료진은 아이의 신속한 전원이 필요함을 설명했지만 산모의 남편이 둘째 아이 분만에 참여하기 원한데다 상대적으로 거리가 먼 특정 대학병으로의 전원을 원해 전원이 좀 늦어졌다"고 판시했다.
또 "의료진은 산전 진찰 과정 등에서 이미 제왕절개의 필요성과 적응증, 제왕절개 수술을 시행하지 않으면 태아에게 발생 가능한 합병증 등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다"고 못박았다.